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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가 발휘한 공군 특수 제설장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20년 만의 폭설로 7일 김포공항이 활주로에 쌓인 눈을 치우지 못해 마비상태에 빠진 것과는 대조적으로 전국의 공군 활주로는 정상을 유지해 작전과 훈련이 평소대로 이뤄졌다.

8일 공군에 따르면 폭설에도 불구하고 공군 비행장이 정상 가동될 수 있게 만든 1등공신은 폐전투기를 이용한 특수 제설장비.

SE-88로 불리는 이 장비는 한국전쟁 때 활약하다 1970년대 중반 퇴역한 F-86 전투기 엔진을 활용해 만든 것.

제트엔진을 가동할 때 나오는 엄청난 폭풍이 활주로에 쌓인 눈을 단숨에 20~30m 밖으로 날려버린다.

또 최고 섭씨 7백도의 열이 분사되면서 눈을 순간적으로 녹여 없앤다.

이 장비는 90년 경기도 성남의 서울공항에 처음으로 두대가 도입된 뒤 전국 공군기지에 모두 30여대가 배치됐다.

서울공항기지를 맡고 있는 공군 제15혼성비행단도 7일 이 장비로 광활한 활주로에 쌓인 19.2㎝의 눈을 2시간여 만에 말끔히 치웠다.

이 기지 활주로는 공군 보유 수송기 중 가장 큰 C-130 수송기가 뜨고 내릴 정도로 넓다.

그동안 큰 눈이 없어 제 역할을 못했으나 이번 폭설 때 진가를 톡톡히 발휘한 셈이다.

제15혼성비행단 관계자는 "이 장비가 없었더라면 수백명의 병력이 이틀 정도 밤새워 제설작업을 해도 끝내지 못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정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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