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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통일의식 조사] 통일의식 조사를 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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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이번 여론조사에서는 현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총론상 비교적 높은 수준의 호의적 평가가 나타났으나 각론에서는 많은 문제점과 비판, 그리고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제기됐다.

지난 6월 남북 정상회담으로 화해ㆍ협력의 물꼬를 튼 이후 나타난 일련의 후속조치와 평화적 교류.협력, 그리고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총체적 평가는 70%선의 지지와 낙관적 전망을 보여주었다.

우리 국민은 정상회담 이후의 최대 성과로 '이산가족 상봉' 과 '한반도 긴장완화' 를 각각 1, 2위로 꼽았다.

이산가족 상봉은 민족분단으로 인한 생이별의 고통을 치유해주는 방도로서 국민의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이다.

아직 미진한 면회소 설치를 통한 상봉규모의 확대, 생사확인, 서신교환 등의 정례화.상설화에 대한 요구와 기대가 크다.

***현정부 평화외교 성과

'한반도 긴장완화' 와 관련, 6.15공동선언 이후 네차례의 장관급회담을 비롯해 국방장관회담.적십자회담 등 고위당국 수준의 신뢰구축이 긴장완화와 평화분위기 조성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대남 비방이 중단되고 휴전선 인근의 군사적 도발이나 충돌이 표출되지 않은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국민들은 여전히 북한의 군사적 도발 우려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음이 여론조사에서 확인됐다.

앞으로 핫라인(hot line)설치 등 구체적 긴장완화 조치, 남북한의 법ㆍ제도적 정비, 평화협정 체결 등의 평화정착이 숙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제적으로 북한의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가입과 더불어 영국.독일.스웨덴 등 서방국가의 대북 관계정상화 움직임이 이어졌다. 이는 DJ의 한반도 평화외교에 힘입은 바 크다.

특히 북ㆍ미는 공동 코뮈니케를 통해 남북 정상회담 이후 조성된 '한반도 환경 변화' 와 '새로운 기회' 에 맞춰 양측 고위인사들의 상호방문을 실현하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힘을 바탕으로 한 현실외교' 와 철저한 상호주의 원칙 아래 페리 보고서의 기본틀을 존중하면서도 상당한 조정과 수정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여론조사가 보여주듯 국민들 역시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상의 부분적 변화를 예상하고 있다.

구체적 각론에 들어가면 6.15선언 당시의 국민의 환호와 열광은 사라지고, DJ 대북정책이 구체적 실천단계에 접어들면서 난관과 비판에 직면해 있다.

대다수 국민은 '대북 저자세' 를 문제삼고 '속도조절론' 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이는 정부가 유념할 대목이다.

金대통령이 임기내에 지나치게 많은 것을 추진하다 보면 졸속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고, 대북정책 담당자들이 보다 당당하게 긴 호흡으로 임할 것을 국민들은 주문하고 있다.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은 경제적 측면에서 두드러진다. 남북경협은 원칙적으로 경제논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내에서 북에 베푸는 전향적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대다수의 국민이 지금 당장은 대북지원이 우리 경제에 주름살을 줄 것이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국내의 극심한 경제사정 악화가 대북지원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금강산 관광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쌓이는 것을 우려하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

60만t의 식량지원에 대해서도 그 규모에 관한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그러나 대북 식량.비료 지원은 인도적 차원에서뿐 아니라 민족생존의 동포애적 고려에서 국회의 동의를 거쳐 지속해야 한다.

대규모 전력 지원과 같은 정부 차원의 경협은 이에 상응하는 천연자원의 교환 등 여타의 경제적, 또는 평화.인도적 조치와 연계할 때 국민 지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북경협은 호혜 원칙에 입각해 중장기적으로 남북한의 비교우위 요소를 결합함으로써 공동의 활로를 찾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초당적 협력 필요

이번 조사결과의 또 하나의 특징은 남북관계에 대한 평가에서 영ㆍ호남의 지역적 편차가 심하고 때로는 정반대의 경향까지 보이며, 여야 정당지지의 차별성과 중첩되면서 남남 갈등이 심화하는 우려할 만한 사태가 가시화한 점이다.

향후 남북간의 평화ㆍ협력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위기에 빠진 경제를 회생시키고 정부에 대한 국민의 추락한 신뢰를 회복해 우리 내부의 견실한 정치ㆍ경제적 토대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북정책 결정과정에서 국민의 의견을 적극 수렴ㆍ반영해 전국민적 컨센서스를 지속적으로 넓혀나가야 한다.

아울러 야당과의 긴밀한 대화와 협조, 초당적 협력체제가 시급하다. 결국 모든 것을 임기 내에 성취하려 하지 않고 10, 20년을 내다보는 장기적 안목에서 대북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자세가 정책 성공의 관건이다.

백영철 <한국통일포럼 회장.건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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