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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퉁불퉁 시황 땐 적립식 ETF가 바람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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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지난해 국내 주식형 펀드 시장의 연간 수익률 1~3위를 모두 상장지수펀드(ETF)가 싹쓸이했다. 일반 주식형 펀드의 최고 수익률(120.31%)을 훌쩍 뛰어넘어 140%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거침없이 내달렸다.

하지만 이 같은 ETF의 기세도 아직 성에 차지 않는 사람이 있다. 2002년 국내에 ETF를 도입한 배재규(사진) 삼성투신운용 상무다. 국내 ETF 시장 규모는 4조원 수준. ‘ETF 전도사’로 통하는 그는 아직 ETF 시장이 꽃피지 않았다고 여긴다. 여전히 투자자들이 판매사의 추천 등으로 펀드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아 ETF로 눈을 돌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가 강조하는 투자 제1원칙에 따르면 ETF만 한 상품이 없다. 그 원칙은 바로 “사소한 비용을 무시하지 말라”는 것. ETF(수수료 약 0.5%)는 인덱스 펀드(1.5~3%)나 일반 액티브 펀드(2~3%)에 비해 수수료가 낮다. 투자자가 얻는 이익은 결국 시장에서 얻은 총수익에서 비용을 제외한 것인 만큼 수수료가 비싸면 투자자의 이익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는 “수수료는 고정적으로 나가는 비용”이라며 “불확실한 수익을 위해 많은 비용을 내는 것은 현명한 투자라고 보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효율성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도 ETF는 경쟁력이 있다고 말한다. ETF는 특정 주가지수나 특정 자산의 가격 움직임에 수익률이 연동하도록 설계된 펀드지만 거래소에 상장돼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기 때문에 파는 순간 바로 현금화할 수 있다. 펀드를 환매할 때처럼 시간이 소요되지 않는 만큼 자금을 바로 굴릴 수 있는 셈이다.

주식 1주로 다양한 종목에 투자하는 효과를 누리는 것도 ETF의 장점이다. 그는 “현대차 등 자동차 관련 주식을 사려면 많은 돈이 들지만 자동차 업종주로 이뤄진 ETF에 투자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투자해 비슷한 수익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주가 지수에 투자하는 만큼 위험 분산 효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더 많은 투자자가 ETF를 통해 수익을 추구하도록 그가 구상하는 것이 바로 ‘ETF마켓플레이스’다. ETF만으로 투자자의 모든 투자 욕구를 채워주겠다는 생각이다. 주가와 반대로 움직이며 수익을 추구하는 인버스 ETF나 22일 상장을 앞둔 레버리지 ETF가 그 예다.

레버리지 ETF는 코스피200지수 상승률의 두 배를 추구하도록 설계해 수익률 극대화를 노리는 상품이다. 그는 “전체 지수와 업종, 삼성그룹주와 같은 테마 ETF, 해외시장 ETF도 있지만 원자재나 농산물 관련 ETF 등도 새롭게 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는 등락이 반복되는 울퉁불퉁한 시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적립식으로 ETF를 꾸준히 매수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지수는 국가경제를 반영하는 만큼 오르고 내리는 것은 있어도 망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회 생활을 막 시작한 직장인은 꾸준히 적립식으로 ETF에 투자하는 게 좋은 투자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투자를 할 때 기대 수익을 너무 높여 잡지 말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기대 수익이 높으면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고 감정적이며 즉흥적인 투자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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