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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중앙일보의 제언] 기초 다지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경기도 고양시 B고교 3학년 郭모(18)양은 2학년 체육시간에 발야구를 하다 겪은 일을 부모에게 얘기하다보면 요즘도 화가 난다.

"게임을 할 때 '규칙을 정하자' 고 하면 다른 애들이 '야, 그런 게 뭐가 필요하냐' 고 우기는 거예요. 그래서 룰도 없이 하게 되고 결국 싸움으로 끝나게 되죠. 이제 그런 놀이는 안해요. "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는 기성세대는 물론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도 '규칙' '기초' 와는 담을 쌓으려는 풍조가 퍼져 있다.

"조명등을 조금 올리려고 높낮이 조정 버튼을 눌렀는데 꿈쩍도 않더라고요. 그래서 버튼을 한번 더 누르자 갑자기 조명등을 매단 철제 구조물이 기우뚱하더니 통째로 떨어지는 거예요. "

지난해 12월 31일 2t짜리 대형 조명등 붕괴 사건이 터진 서울 미아동 엠파이어나이트클럽 종업원 南모(40)씨의 말이다.

우리 사회의 기초가 부실한 탓에 이런 사고는 어느덧 '필연' 으로 받아들여지고 무감각해지기까지 한다.

이러다 보니 우리 사회에는 오늘 하루가 괴롭고, 내일 무슨 불길한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하고 있다.

이는 어느 한 곳 제대로 된 구석이 없다는 탄식으로 이어진다.

크게는 낙후한 정치.경제 시스템부터 '따따블' 택시.전화폭력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를 좀먹는 병균들이 도처에서 발호하고 있다.

대학 입학원서에 쓰는 자기소개서를 1백만원 주고 학원에 부탁하는 수험생도 있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다.

이런 현상들은 '기초(基礎)' , 즉 기본을 지키지 않으려는 데서 연유하는 것이다.

한상진(韓相震)서울대 교수는 "우리 사회가 그동안 외형적이고 물질적인 성과 위주로 발전을 거듭해 온 결과 이런 현상이 벌어졌다" 고 진단했다.

이런 차원에서 중앙일보는 새해를 맞아 '기초를 다지자' 는 캠페인을 시작한다.

기초를 단단히 다져가는 것만이 우리 사회가 다시 한 번 비약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판단에서다.

새해 국민과 함께 펼치는 이번 캠페인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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