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오래 전에
나비의 날개를 가졌었던 것만 같은,
구름 위에 앉아 하늘을 떠다녔었던 것만 같은
난데없는 이 기억은 어디서 온 것일까□
몸을 스쳐가는 어떤 그림자
슬픈 당나귀
그러나 당나귀는 슬퍼도
짐을 지고 잘 걷는다
두 귀가 크고 눈망울이 선량한
아름다운 몸
- 이윤림(1958~2000) '슬픈 당나귀' '
이윤림은 당나귀처럼 눈망울이 선량했었는데, 몸쓸 병으로 오랜 투병 끝에 새 해를 보지 못하고 지난달 우리 곁을 떠났다.
죽음의 슬픈 그림자를 안고 살아가는 동안에도 그는 당나귀의 나비같은 날개와 구름같은 비상(飛翔)을 꿈꾸는 밝은 얼굴이었다.
마지막 여행을 승주 선암사로 다녀와 승선교(昇仙橋)위에 서 찍은 사진을 자랑하며 선녀처럼 곱게 하늘로 날아간 시인의 시가 저무는 한 해에 새롭다.
간 사람은 가고 잊을 것은 잊고 새해를 맞아야겠다. 새해에는 7면으로 옮겨 김용택 시인이 연재를 이어가게 된다. 그동안 읽어주신 독자들께 감사드린다.
이근배 <시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