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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증시 맥짚기] 기관, 제기능 회복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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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내년에는 기관투자가가 제 기능을 회복할 수 있을까. 개인투자자들은 올해 내내 기관, 특히 투신권의 매도 공세로 바닥 모르게 떨어지는 주가를 대책없이 지켜봐야만 했다.

기관들은 한해 동안 사상 최대인 8조6천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1997년 말 주식수 기준 26.03%에 달했던 보유비중도 지난 10월에는 11.45%로 급감했다.

증권가에서는 일단 기관의 매도 공세는 크게 줄어들겠지만 상반기까지는 강력한 매수주체로 부상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 구조조정이 일찍 마무리되기 어려울 전망인데다 대우사태로 크게 떨어진 투신권의 신뢰도 회복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동원증권 최형준 연구원은 "구조조정이 1분기에 마무리돼도 은행 기능의 정상화에 시간이 걸리는데다 국제결제은행(BIS)자기자본 비율 유지 부담 때문에 리스크가 높은 주식으로의 자금이동은 예상만큼 많지 않을 것" 이라고 예상했다.

투신 자체의 불안 요인도 여전하다. 정부가 공적자금 투입을 통해 펀드를 클린화시켰으나 현대 계열 금융사의 외자유치 지연 등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

또 내년 대규모 회사채 만기도래로 일부 기업의 부도 우려도 나오는 실정이다. 이는 결국 투신 펀드의 수익률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이밖에 14조원이라는 적지 않은 자금을 투신에 끌어들였던 비과세 수익증권이 연말로 가입이 일단락되고 10조원 규모의 채권전용 펀드도 앞으로는 은행이 배정분 만큼 프라이머리 CBO(발행시장 채권담보부 증권)를 시장에서 직접 매입키로 함에 따라 투신권으로의 신규자금 유입 요인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다만 수익증권과 뮤추얼펀드 만기가 대부분 1분기에 몰려 있어 2분기 이후 환매부담이 크지 않고, 은행 수신금리 인하와 금융소득종합과세 실시 등과 맞물려 자금시장이 안정될 경우 하반기 이후에는 어느 정도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지적된다.

세종증권 임정석 연구원은 "미국 금리인하를 통한 세계적인 신용경색 위험 해소와 금융구조조정의 조기 마무리가 변수" 라며 "주변 여건이 모두 호전된다면 투신권이 하반기부터 순매수로 돌아설 수 있겠지만 시장을 주도할 정도는 아닐 것" 이라고 전망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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