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되는 가게는 뭔가 다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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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풀릴 줄 모르는 불경기로 창업시장에서 한숨이 깊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FC창업코리아(www.changupkorea.co.kr) 강병오 대표는 "좋은 아이디어 하나는 죽은 가게도 살릴 수 있다"며 "불황 탈출을 위해 프랜차이즈 본사들도 각종 아이디어를 내고 있지만, 가맹점 스스로 차별화된 아이디어를 개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 뭐든지 배달한다=지난해 9월 직장을 그만둔 뒤 경기도 부천시 상동에서 비디오와 DVD 배달업을 시작한 김일환(38)씨. 김씨는 영화를 보는 사람이 군것질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힌트를 얻었다.

비디오.DVD 외에 김밥.떡볶이.순대.만두 등 20여가지 간식을 같이 배달하는 것. 간식거리는 인근 분식점과 계약을 맺어 공급하고 마진을 챙긴다. 가령 김밥집에서 1000원에 물건을 받아 손님들에게 1500원을 받는 식이다.

손님의 호응이 좋자 최근엔 수퍼마켓과 계약해 일용잡화까지 같이 배달해 준다. 김씨는 "비디오와 DVD 대여료는 1500~2000원이고, 간식은 한 번에 평균 5000원 정도씩 주문을 받는다"며 "창업비용 700만원으로 월 평균 250만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 한 점포에 두 브랜드=서울 봉천동에서 치킨점을 운영하는 박봉녀(46)씨는 '한 점포 두 브랜드' 전략으로 불황을 극복하고 있다. 지난해 말 불어 닥친 조류독감 파동으로 매출이 급감하자 지난 4월부터 한 점포에서 한 마리에 1만원 짜리인 '맛대로 치킨'과 5000원 하는 '아몬드 치킨'을 동시에 취급한 것. 박씨는 "값이 싼 쪽은 아무래도 크기는 조금 작지만 맛은 별 차이가 없다"면서 "큰 치킨을 부담스러워 하는 독신자들의 반응이 좋아 가게 매출이 20~30% 늘었다"고 말했다. 8평 창업에 점포비를 포함해 4500만원이 들었고, 월 평균 2000만원 매출에 700만원 정도의 순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 먹는 재미에 보는 재미까지=서울 대치동에서 '3초 삽 삼겹살'을 운영하고 있는 김재석(31)씨. 매장 한쪽에 있는 달아오른 숯가마에 삼겹살을 얹은 삽을 잠깐 넣었다 빼면 고기는 벌써 어느 정도 익어 있다. 이렇게 초벌구이한 삼겹살을 손님 테이블에 가져가 다시 굽는다. 김씨는 "손님들이 삽을 이용해 고기를 굽는 모습을 신기해 한다"면서 "초고온 가마에서 굽는 고기 맛도 쫄깃쫄깃하다"고 자랑했다. 이렇게 굽는 것은 산골에서 숯 만드는 인부들이 숯가마에 고기를 구워먹던 방식에서 힌트를 얻은 것.

김씨는 외국계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근무하다 올해 초 우연히 들른 프랜차이즈점에 손님이 줄을 선 것을 보고 곧바로 사표를 던졌다. 창업비용은 30평 점포비 포함해 총 1억1000만원. 영업 7개월째인 현재 월 평균 순이익은 700만~800만원선이다.

◆ 계절별로 다른 주메뉴=서울 포이동에서 '장비 왕냉면.왕온면'을 운영하는 김창웅(33)씨 부부는 계절별 주 메뉴를 달리하는 전략으로 비수기를 넘기고 있다. 여름에는 시원한 냉면을, 겨울에는 따뜻한 온면을 내놓아 연중 고른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 특히 온면은 해물 샤브샤브 육수를 우려내 만든 것으로, 얼큰한 맛에 해장을 하려는 직장인들이 많이 찾고 있다.

김씨는 "여름에는 냉면만 팔아 하루 7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데, 9월부터 온면을 내놓아 냉면 매출이 줄어드는 것을 벌충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업비용은 5700만원 정도 들었고, 월 순수익은 약 1000만원이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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