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법 폐지 후 형법 보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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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정책의원총회에서 천정배 원내대표가 4대 개혁법안 처리에 대한 원내보고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열린우리당이 17일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형법 개정을 통해 보완하는 방안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대체 입법(가칭 국가안전보장특별법 제정)을 하는 방안은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정책 의원총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여당이 채택한 형법 개정안은 '국토를 참절(불법 점유)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한 자는 처벌한다'는 것으로 내란죄를 규정한 현행 형법 87조에 '내란목적 단체조직' 조항을 신설해 보안법의 '참칭(반국가단체)'규정을 대체한 것이다.

이에 따라 형법 87조는 2항에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케 하고자 폭동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결사 또는 집단으로서 지휘통솔 체제를 갖춘 단체'를 내란목적 단체로 적시하고, 이를 구성하거나 이에 가입한 사람을 처벌토록 했다.

개정안은 또 형법 98조 간첩죄의 '적국'을 '외국'으로 변경, '적국을 위해 간첩하거나 군사상 기밀을 누설하는 자'를 '외국 또는 외국인 단체를 위해… 누설하는 자'로 바꿔 간첩행위의 처벌 범위를 확대했다.

반면 현행 보안법에서 반국가단체를 정의하는 2조 중 '정부 참칭'규정을 비롯, 잠입탈출(6조).찬양고무(7조).회합통신(8조).불고지(10조) 규정은 형법 개정안에 반영되지 않고 모두 삭제됐다. 이로써 보안법의 존재는 물론 이 법을 지탱해온 핵심조항도 사라질지 모르는 국면이 도래했다.

여당이 이날 채택한 방안은 그동안 검토해 왔던 4가지의 보안법 폐지 대안 중 제1안이다. 여당이 당론을 확정하자 한나라당은 "보안법은 개정해야지 폐지해선 안된다"며 여당안의 국회 통과를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로써 양당은 보안법 폐지 문제 등을 둘러싸고 국회에서 정면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는 "우리가 마련한 개혁 입법안에 대해서는 인내심을 가지고 한나라당과 협상할 것"이라며 "한나라당은 부질없는 정치공세는 그만하고 토론을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긴급회의를 열어 여당 법안의 국회 통과를 물리력을 써서라도 저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박근혜 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는 친북 활동의 합법화"라며 "후방에서 아무런 저촉없이 친북 활동이 벌어지면 전방에서 우리 군인들이 어떻게 국가를 수호하겠느냐"고 말했다.

'4대 입법' 당론 모두 확정

열린우리당은 또 의총에서 과거사 진상규명 기본법 제정안과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일부 수정하고 신문법안을 포함한 3개의 언론 관계 법안은 원안대로 확정했다.

과거사 진상규명 기본법안은 해방 이후의 역사를 중심으로 진상규명을 하도록 했다. 당초 이 법안의 조사범위에 포함됐던 항일 독립운동은 보훈처 등에서 이미 규명작업을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 제외됐다. 사립학교법 개정안의 경우 개방형 이사 추천 과정에서 재단과 사전 협의를 거치도록 한 단서 조항이 삭제됐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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