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양갑 '동반퇴진론' 불끄기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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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주당 권노갑(權魯甲).한화갑(韓和甲)최고위원이 11일 '동교동계 초심론(初心論)' 을 들고 나왔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모셨던 초심으로 돌아가 변함없이 한마음으로 보필하자" 는 것이다.

전날 밤 동교동계 11인의 단합모임을 가진 뒤였다. 동교동계 인사들은 모임에서 힘을 합쳐 당 내분을 수습키로 다짐했다.

'권노갑 2선 퇴진론' 으로 촉발된 당내 갈등은 '양갑(兩甲) 분란' 으로 비춰졌다. 그 과정에서 비동교동계가 '양갑 동시 퇴진론' 을 수습책으로 들고 나왔다.

때문에 "權.韓최고위원이 공멸(共滅)을 막기 위해 제휴를 한 것" 이라고 모임 참석의원이 설명했다. 그는 "이로써 민주당 내분은 양갑 대치에서 동교동계.비동교동계 경쟁양상으로 국면이 바뀔 것" 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내놓은 것이 초심론이다. 당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당정쇄신의 동교동식 카드를 꺼낸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權위원이 2선 후퇴의 초심론에 포함되느냐다. 비동교동계 인사는 "權위원이 물러나지 않으면 초심론은 동교동계 퇴진론을 덮기 위한 전략에 불과하다" 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초심론과 權위원 거취〓동교동계 모임에선 權위원이 "우리 모두 자리에 연연하지 말자" 고 강조했다고 한다.

당 고위관계자는 "문제는 權위원도 임명직으로 봐야 할지 여부" 라고 말했다. 동교동계는 초심론의 대상을 임명직으로 한정하고 있다.

8.30 전당대회에서 당 총재인 金대통령의 지명과 대의원 추인으로 최고위원 자리를 확보한 權위원이기 때문이다.

11인 모임의 한 참석자는 "權위원은 전당대회에서 추인을 받았기 때문에 자리를 내놓아도 의미가 없다" 고 설명했다. 權위원도 "최고위원이 된 게 불과 넉달" 이라며 퇴진의사가 없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여권에선 "金대통령이 최소한 權위원에 대한 자신의 메신저 역할을 거둘 것" 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지난 8일 출국 직전 金대통령은 "당에서 왜 이런 얘기가 자꾸 나오느냐" 며 강한 질책의 뜻을 비췄다고 한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權위원의 '막후역할론' 에 대해 여론이 부정적인 점도 감안될 것" 이라고 설명했다. 金대통령은 "연말에 큰 결단을 내리겠다" "국민이 바라는 국정개혁을 하겠다" 고 말한 바 있다. 金대통령이 權위원에게 예전처럼 힘을 실어주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權위원의 '자리' 보다 '역할' 을 축소할 것" 이라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양갑' 의 미묘한 시각차=權.韓위원의 화해와 달리 양측 진영에선 '11인 모임' 의 무게중심을 달리 두는 측면도 있다.

權위원 측근은 "어디까지나 權위원을 중심으로 사심없이 똘똘 뭉친다는 결의를 다진 것" 이라고 주장했다.

당내에선 "權위원이 동교동계, 나아가 당(黨)의 중심에 서겠다는 의지의 표현" 이라고 받아들였다.

이에 대해 韓위원측에선 "어디까지나 초심론에 무게가 실려 있다" 고 맞섰다. "동교동계가 당정쇄신을 하는 과정에서 걸림돌이 돼선 안된다" 는 것이다.

이양수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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