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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아' 조기 발견이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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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 정상인 아동들은 주의를 집중해 부모와 뽀뽀를 하지만 자폐아는 그렇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을지의대 제공]

대전에 사는 33개월 된 남자아이인 김모군은 엄마가 뽀뽀하려 하거나 물건을 가리켜 보라고 해도 전혀 반응이 없다. 이 외에도 그 또래가 하는 '필요한 물건을 가리키며 요구하기' '엄마와 함께 웃기' 등 대부분의 행동을 하지 못했다. 병원에서 진단받은 결과 중증 자폐아로 나타났다. 이 아이는 병원에서 진단받기 전 집에서 '자폐아 진단표' 10개 항목 중 2개 항목에서만 점수를 받았다. '엄마와 눈 맞추기''엄마의 말에 따라 장난감으로 노는 시늉'을 하는 것 외에는 여덟 가지 항목의 행동에 대해 반응이 없었다.

이 진단표는 을지의대 간호학과 임숙빈 교수팀이 수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해 14일 발표한 것이다. 임 교수의 진단표는 전문 지식이 없는 부모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어 자폐아의 조기 발견과 교육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임 교수는 "자폐아의 주요 특징인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능력 부족, 남의 행동을 따라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행동장애를 진단표의 주요 항목으로 삼았다"며 "진단표상에서 자폐 아동과 정상 아동 간에 명확하게 차이가 나는 시기는 생후 18개월쯤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즉 18개월 이상의 아동을 대상으로 사용하면 비교적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진단표는 유아들이 부모의 행동이나 말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알아보도록 만들었다. 예를 들면 '아이가 엄마와 눈 맞춤을 한다''엄마가 말하는 물체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엄마가 웃으면 따라 웃는다' 등이다. 이는 대부분의 정상 아동이 보이는 행동이지만 자폐아는 그렇지 않다.

진단표에는 항목별로 아이가 반응을 보이면 1점, 그렇지 않으면 0점을 매긴다.

임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10개 항목에서 7점 이상을 얻지 못하면 자폐를 의심해야 한다. 자폐아 대부분은 2~3개 항목에서만 반응을 나타낼 뿐 나머지 항목에서는 무관심하거나 무표정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 진단표를 활용해 160명의 아동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폐아로 의심되는 아동의 상당수는 10개 항목 중 2~3점을 받는 데 그쳤다.

자폐아는 대부분 선천성이다. 뇌신경 계통의 이상으로 의사 소통이 잘 안 되며, 주위가 산만하거나 자해하는 등의 증상을 보이는 심각한 질병이다. 보건 당국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인구 1만명당 10명 꼴인 5만여명이 자폐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자폐는 조기 발견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래야 조기 치료를 통해 사회성을 키우고, 남의 행동을 이해하도록 하는 등 발달장애를 최대한 고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뇌가 굳어 치료 효과를 거두기가 그만큼 어렵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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