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4당 “정운찬 총리해임안 공동 제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송영오 창조한국당 대표 등 야 4당 대표는 8일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 실패 책임을 물어 정운찬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을 공동으로 제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4당 대표 회담을 열어 민노당 홈페이지 서버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을 “정당정치 부정”이라고 비난하면서 이같이 결정했다.

이날 회동에 불참한 자유선진당 측도 정 총리 해임건의안 제출에는 찬성하고 있다. 선진당 류근찬 원내대표는 “설 연휴 기간 동안 세종시 신안에 반대하는 민심을 모을 수 있도록 해임 건의안은 연휴 전에 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류 원내대표는 지난 5일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와 10일 대정부 질문이 끝난 뒤 해임건의안을 제출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이르면 11일 해임건의안이 제출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야권이 해임건의안을 내더라도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질 가능성은 작다.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상정도 안 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야당의 해임건의안 제출은 정치 공세에 불과하다”며 “(정 총리가)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충정에서 (세종시) 개정법안을 낸 것은 해임 사유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해임건의안은 본회의에 보고된 뒤 72시간 이내 표결에 부쳐지지 못하면 자동 폐기된다.

야당도 해임건의안이 가결될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강수를 두는 건 한나라당 친이-친박계의 분열을 자극할 수 있다는 노림수를 깔고 있다.

정 총리가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해 ‘정치집단 보스’라고 공격한 이후 친박계 의원 일부는 정 총리 해임안에 대해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친박계인 이성헌 의원은 “정 총리 해임안이 표결에 부쳐지면 찬성표를 던질 것”이라며 “야당의 해임안에 정략적 이해타산이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대통령도 탄핵하는 것이 한나라당 전통인데 총리는 왜 안 된다는 것이냐”고 말했다.

반면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야당의 해임건의안은 세종시 신안과 별개의 문제”라며 “관심도 없고, 논의나 검토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해임건의안이 설사 표결에 부쳐지더라도 친박계 다수가 찬성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있다. 친박계가 분당을 각오하지 않는 한 해임건의안 표결과 관련해 야당과 함께 행동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2월 국회 운영엔 악재다. 한나라당이 표결 처리를 원천봉쇄할 경우 야권은 아프간 파병 동의안 등 현안 처리와 연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2월 국회는 파행의 길을 걸을 수 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강래 원내대표와 만나면 아프간 파병안 등 2월 국회에서 처리키로 약속한 안건을 총리 해임건의안과 별도로 처리한다고 못 박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투표 의원 개인 의견”=청와대는 최근 여권에서 제기되는 ‘세종시 국민투표론’에 대해 “공식적으로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박선규 대변인은 “의원들이 개인 의견으로 국민투표나 본회의 무기명투표 등 여러 말을 하고 있지만 청와대가 공식 검토한 적은 없다”면서 “(국민을) 끝까지 설득해 당당하게 (세종시)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청와대의 입장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효식·백일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