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헛 아시아지역 매출 1위 황금점 양현철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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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피자왕' 양현철(梁鉉哲.34.사진)씨. 국내 외식업계의 신화(神話)로 통하는 피자헛 대구 황금점을 일궈낸 주역이다.

백70여 피자헛 지점 중 부동의 매출 1위. 아시아지역 매출 1위. 전세계 피자헛 대리점 중 매출 3위. 황금점에 따라붙는 세가지 기록이다.

개점 10년째를 맞는 황금점의 한달 매출액은 평균 2억5천여만원. 매장 규모가 국내에서 가장 큰 서울 명동역점(2백20석)을 앞지른다. 서울이 아닌 지방, 그것도 경제가 망가졌다는 대구에서-.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부산 출신(동아대 응용통계학과)인 그는 1993년 피자헛에 공채로 입사, 서울 본사 인사팀에서 일해왔다. 4년쯤 지나자 영업에 인생을 걸어보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렸다.

일선 근무를 자원했으나 관리직이 영업직으로 옮기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어서 1년 뒤인 97년에야 황금점으로의 발령이 가능했다.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2백석을 갖춘 대규모 업장을 맡게 됐다는 기쁨도 잠시. 바통을 이어받고 얼마 되지 않아 IMF위기가 닥쳐왔다. 매장이 금방 썰렁해졌다.

아뿔싸~. 황당했다.

梁씨는 아이디어를 짜내느라 여러 밤을 세웠다. 화두는 가격인하 문제였다. 가격을 내리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대신 전화 한통으로 해결되는 배달에 치중했다. 신뢰가 쌓이자 배달 매출이 10%에서 24%로 뛰어올랐다.

서비스도 확 바꿨다. 황금점에서는 고객이 원하는 것은 거의 모두 얻을 수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이 정도로 아시아 매출 1위?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신분을 밝히지 않고 황금점을 가보았다.

명성만큼 시설이나 서비스가 별나지 않았다. 단정한 유니폼에 상냥하게 웃으며 주문받는 여직원, 청결한 실내, 서구풍의 인테리어는 여느 지점에서도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맛도 그랬다. 피자맛은 어느 지점이나 표준화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했다. 황금점만을 찾는 단골이 4만여명이나 된다는 것이었다. 경주와 구미에도 단골이 있다니까 말이다.

4년째 황금점을 찾는 주부 김영미(金影尾.31.대구 수성구)씨는 "맛이 다른 곳보다 더 고소하다" 며 "두돌이 안된 애기도 벌써 이 집 피자맛에 길들여졌다" 고 말한다.

맛이 틀리다니…. 이해가 되지않아 梁씨에게 물어봤다.

그의 대답. "고객 4만명의 인적 사항과 연락처를 관리합니다. 고객 제안카드를 통해 인연을 맺은 귀한 사람들이죠. 우편이나 전화로 의견을 나눠오다 지난 8월부터 7천여명과 e-메일로 의견을 주고받습니다. 답례로 할인 쿠폰을 드리죠. "

'오늘 가보니 샐러드가 부실하더라' 는 질책에서부터 '여직원이 싹싹해서 좋았다' 는 칭찬까지 평일 하루 30건, 주말에는 1백여건의 메일이 쏟아진단다. 확인해봤다.

컴퓨터를 켜자 정말 엄청난 정보가 빼곡히 차있다. 황금점이 위치한 수성구는 물론이고 대구 전역에 단골이 골고루 분포돼 있었고, e-메일 고객의 절반쯤이 수시로 매장을 이용하고 있었다. 철저한 고객관리와 고객들과의 대화가 다른 매장과 차별점이었다.

영업능력을 인정받은 梁씨는 일선 점장 가운데 처음으로 과장으로 승진해 현재는 대구지역 매장 열곳을 책임지고 있다.

급여에 대해서는 "대외비인데요. 대기업 정도의 급여에 자가용이 추가된다" 고만 말한다. 대학시절부터 사귀어 온 교내 커플과 결혼해 세살 난 딸을 둔 가장으로 영어회화 공부에 열심이고 노트북을 끼고사는 n세대이기도 하다.

그의 꿈은 두가지. 세계 3위인 황금점 매출을 세계 1위로 끌어올리고 외식산업에 관한한 국내 최고의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梁씨는 "대구사람들은 쉽게 감정표현을 하지 않지만 한번 믿음이 쌓이면 웬만해선 관계(단골)를 끊지 않는 등 속정이 깊다" 며 "한국 진출을 노리는 많은 외국기업들이 대구에서 시험영업을 하는 것도 그 때문" 이라고 말했다.

대구예찬론을 펼치는 그의 말에는 투철한 프로의식이 진하게 배어 있었다.

대구=글 송의호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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