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달리는 KT 뒤엔, 못 말리는 회장님 애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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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석채 KT 회장의 못 말리는 농구 사랑이 화제다. 경기도 분당의 KT 본사 사옥에는 ‘KT 프로농구단 김도수 선수의 빠른 쾌유를 기원합니다’라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김도수(29·포워드)는 지난달 경기 도중 요추와 손가락뼈가 골절돼 시즌을 접었다. 이런 김도수를 위한 KT의 전사적인 응원인 셈이다.

이런 응원은 이석채 회장(KT 농구단 구단주 겸직·사진)의 농구 사랑에서 비롯됐다. 이 회장은 김도수가 다친 경기를 TV 중계로 지켜보다가 급히 구단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척추 분야 최고 권위자에게 치료를 부탁해 놓았으니 분당 서울대병원으로 가라”고 전했다. 이 회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 3일 직접 병원을 찾아 김도수를 격려했다.

지난해 1월 KT 회장으로 취임한 이 회장은 이후 농구단에 큰 관심을 보였다. KT 관계자는 “회장님이 지난해 전창진 신임 감독의 영입 작업에서부터 깊은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KT가 지난해 11월 팀 최다 연승인 8연승을 달성하자 이 회장은 “최고급 양복을 선물하고 싶다”면서 선수단 전원에게 명품 양복을 선물했다. 당시 타 구단 관계자들은 KT 코칭스태프를 볼 때마다 옷을 붙들고 “이게 바로 그 양복이냐”면서 부러워했다. 전창진 감독은 “8연승 때 회장님이 직접 문자메시지를 보내셨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KT의 최현 과장은 “ 농구단 성적이 올라가면서 회장님의 관심도 더 커진 것 같다”면서 “지난 시즌 꼴찌에서 단번에 우승을 노릴 만한 성적(현재 3위)을 내는 비결을 찾아 이를 경영에서도 이어가고 싶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프로농구에서는 KT 외에도 KCC와 전자랜드가 모기업 경영진의 남다른 농구 사랑으로 유명하다. KCC는 정상영 명예회장이 선수들에게 직접 밥을 사주는 등 손자처럼 아끼고, 전자랜드 경영진도 농구에 대한 관심이 크다. 물론 남모를 애환도 있다. KCC 관계자는 “기업 전체 회의 때마다 농구 이야기를 먼저 하고 회의를 시작한다. 성적이 안 좋을 때는 분위기가 싸늘해서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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