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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민당 '내각 불신임안' 내분 심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일본 집권 자민당의 향배를 결정지을 모리 요시로(森喜朗)내각 불신임안 표결이 20일 실시된다. 모리 퇴진의 칼을 빼든 자민당 비주류와 이를 막으려는 주류는 19일 밤에도 팽팽한 공방을 벌였다.

하시모토(橋本)파를 비롯한 주류 5파는 비주류 가토파의 가토 고이치(加藤紘一)회장에게 탈당 권고안을 내고 20일 오전까지 탈당하지 않으면 제명조치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주류는 동시에 비주류 파벌 소속 의원들을 회유하는 작업도 벌였다.

비주류는 이에 제명 조치는 당기위원회의 절차가 필요하다고 맞서면서 불신임안 가결에 필요한 표 단속에 나섰다.

가토파의 나카다니 겐(中谷元)의원 등 두명의 정무차관은 이날 밤 전격적으로 사표를 내 결전의 의지를 다졌다. 주류와 비주류는 19일 밤까지 서로의 승리를 주장했다.

양측이 표대결로 치달으면 자민당은 분열 위기를 맞는다. 그래서 막판 타협의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양측의 힘겨루기는 불신임안이 제출되는 20일 낮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향후 정국 시나리오는 크게 세가지다.

◇ 불신임안 가결=양측이 타협하지 못하면 불신임안 표결이라는 정면 충돌로 이어진다. 불신임안을 내는 야당의 중의원 의석은 1백90석인 만큼 통과에 필요한 과반수(2백40석)를 확보하려면 자민당 비주류파와 무소속에서 50표 이상을 끌어와야 한다.

비주류 소속 의원은 64명으로 이들이 대거 찬성표를 던지면 불신임안은 가결된다. 이럴 경우 모리는 10일 내에 내각 총사퇴나 중의원 해산.총선을 단행해야 한다.

내각 총사퇴의 경우 자민당 총재선거-국회의 총리 지명선거의 수순에 들어간다. 주류는 이때 가토가 아닌 제3후보를 옹립한다는 복안이다.

제3후보로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고노 요헤이(河野洋平)외상.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전 외상이 거명된다.

중의원 해산의 경우 40일 이내에 총선거가 실시된다. 주류파는 불신임안 가결 때 중의원 해산 쪽을 택하겠다는 입장이나 자민당의 저조한 지지율에 비춰 중의원 해산은 어려울 전망이다. 이 방향으로 가면 가토의 신당 창당에 따른 정계개편도 배제하기 어렵다.

◇ 불신임안 부결=모리 내각은 일단 유지되지만 내분이 조기에 봉합될지는 의문이다. 모리파는 신임을 얻은 만큼 내년 초의 정부 조직개편에 따른 개각을 단행해 정권 기반을 강화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모리의 장기 집권에는 주류파도 반대다. 내년 7월의 참의원 선거까지 모리체제가 이어지면 참패가 뻔하다는 것이 주류파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주류파는 모리 퇴진을 전제로 총재 선거를 앞당길 수 있다.

◇ 막판 타협=표 대결로 가면 자민당이 깨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 나오는 분석이다. 가토는 "모리 총리가 퇴진만 약속하면 불신임안에 동조하지 않겠다" 고 말해 사태 해결을 위해 타협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주류파도 불신임안 동조 의원을 제명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도 타협의 가능성을 봉쇄한 것은 아니다. 자민당의 연정 파트너인 공명당도 모리 퇴진을 전제로 한 표대결 회피에 적극적이다.

다만 모리 도중하차에는 모리파가 강력히 반발해 타협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모리파의 고이즈미 회장은 "이미 끝난 얘기다. 표결만 남아 있다" 고 강조했고, 모리도 표결 전 퇴진을 거듭 거부했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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