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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회사 '이름이 헷갈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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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기역 니은 헨켈입니다."

독일계 화학기업 헨켈(Henkel)의 영업사원 전진희씨는 회사 소개를 할 때면 으레 '헨'자에 힘을 준다. 만나는 사람마다 헨켈과 이름이 비슷한 주방용품 회사인 '헹켈(J.A.Henckels)'과 착각하기 때문이다.

헨켈은 드럼세탁기용 세제와 강력접착제를 만드는 업체로, 주방용 칼로 유명한 헹켈과는 전혀 다른 회사다. 전씨는 "이름이 헷갈리는 회사와 확실히 구분해 말하면 오히려 사람들이 우리 회사를 더 잘 기억하는 것 같다"라고 말한다.

헨켈은 신입사원을 교육할 때도 이 부분을 강조한다.

원어 이름은 달라도 발음이 비슷해 이름이 헷갈리는 외국기업들이 적지 않다. 일부 기업들은 이런 면을 적극 활용해 기업의 이름을 알리는 마케팅 수단으로 동원 한다. 헨켈코리아 인사부 전창표 차장은 "사원 교육을 할 때 회사 이름이 비슷한 점을 활용해 적극 홍보하라고 당부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명품 프랜드인 듀퐁(S.T. Dupont)도 미국의 화학회사 듀폰(DuPont)과 이름이 비슷하다.

이 회사 마케팅실의 홍가희씨는 "처음에는 사업영역이 달라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지만 점점 헷갈려 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면서 "요즘에는 회사 소개할때 그냥 '듀폰'이 아니라 'S.T.듀퐁'이라고 반드시 알파벳을 붙인다"고 말했다. 듀폰 코리아 나이젤 버든 사장도 인터뷰 때마다 "우리는 미국에 본사를 둔 과학회사"라며 듀퐁과 구분해 달라고 당부한다.

같은 모기업에서 시작했으나 사업이 분리되며 '남남'이 된 회사들도 있다.

자동차로 유명한 롤스로이스(Rolls-Royce Motor Cars)와 항공기 엔진을 만드는 롤스로이스(Rolls-Royce plc)는 별개 회사다. 두 회사는 영국에서 시작된 롤스로이스 그룹 소속이었지만 자동차 부문은 1998년 독일 폴크스바겐에 매각됐다가 BMW로 넘어갔다. 롤스로이스 코리아의 앨런 플럼 사장은 지난 8월 기자간담회에서 "자동차 회사가 아닌 중공업 회사로 인식해 달라"고 당부했다.

담배 브랜드 '던힐(Dunhil)과 의류브랜드 '던힐(Dunhil)'도 마찬가지다. 같은 모기업에서 시작했지만 담배 부문은 브리티쉬아메리칸타바코(BAT)란 회사를 차려 독립했다.

남성용 액서서리 등을 판매하는 의류부문도 별도 법인으로 영업중이다. BAT코리아 관계자는 "두 회사가 같은 그룹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전혀 다른 별개 회사"라고 설명했다.

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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