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자체 '관광외유'할 때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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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의 관광성 해외연수가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서울 시내 25개 구청 가운데 17개 구청의 공무원들이 9월 이후 집단 해외연수를 다녀왔거나 계획 중이라고 한다.

연말을 앞두고 편성된 예산을 쓰기 위한 공직자 해외연수가 전국적인 현상이라니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이다.

공직자 해외연수는 필요하고 권장할 사안이다. 국제화 시대를 맞아 외국을 다니며 견문을 넓히고 현장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비난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또 지자체별로 해외연수를 포상.위로.사기진작 등 여러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도 나쁘다고만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공직자 집단 해외연수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결코 곱지 않은 것은 우선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기 때문이다.

경제가 어려워 제2의 IMF사태가 거론되는가 하면 잇따른 구조조정으로 실업자가 양산(量産)되고 노숙자가 늘어나는 등 온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시기에 주민의 공복이라는 공무원들이 혈세를 써가며 떼지어 해외연수를 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

더욱이 방문 대상이 한결같이 유적지.관광지 일변도로 돼있으니 연수를 가장한 관광여행이라는 비난을 받아 마땅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방자치단체나 지방의회가 예산을 지나치게 낭비하는 데 대한 비판과 감시가 날로 강화되는 추세다.

경기도 하남시민과 시민단체는 하남시를 상대로 낭비된 예산의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준비 중이고, 전남 곡성군의 시민단체는 예산과다 지출을 이유로 군의원 전원을 고발한 것이 좋은 예다.

또 행정자치부는 지방의원들의 해외여행을 제한하고 투명한 예산집행을 위해 시민대표를 계획단계부터 참여시키도록 지침을 마련 중이라고 하지 않는가.

예산 소모용 지자체 공직자의 집단 해외연수는 중단해야 한다.

꼭 필요한 해외연수라면 관광유람 의혹을 없애고 주민을 위한 행정발전에 정말 도움이 되도록 계획단계부터 목적.방문지 등을 투명하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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