쇳물 끓일 때 생긴 가스로 발전 … 사용한 물은 98% 이상 재활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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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지난달 하순 방문한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선 고로(용광로) 5기가 24시간 쉬지 않고 1500도로 펄펄 끓인 쇳물을 쏟아 내고 있었다. 단일 제철소로는 세계 최대인 연간 1518만t의 생산 능력이 실감 났다. 막 뽑아낸 쇳물로 시뻘건 철 덩어리(슬래브)를 만들고, 이 슬래브를 다시 롤러에 넣어 마치 두루마리 휴지처럼 얇은 판으로 만드는 과정에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많은 물이 쓰였다. ‘산업의 쌀’을 만들려면 이렇게 많은 에너지와 물을 쓰면서 이산화탄소를 뿜어내야 하나 싶었다.

그러나 오산이었다. 철강산업 특성상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밖에 없지만 포스코 광양제철소는 필요한 전력과 물을 대부분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녹색경영을 하고 있었다. 그 결과 쇳물 1t을 생산하는 데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2.18t으로 일본이나 유럽의 2.25~3t에 비해 적은 편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고로에서 뻗어 나와 1485만㎡의 제철소 부지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노란색 파이프였다. 이 파이프는 쇳물을 끓일 때 나오는 시간당 360만㎥의 부생가스를 자가발전소로 실어 나르는 가스관이었다. 이렇게 나온 부생가스는 100% 회수돼 발전용과 조업용으로 반반씩 쓰인다. 덕분에 광양제철소 전력량 중 80%는 부생가스를 이용한 자가발전과 에너지 회수설비를 통해 자체 조달하고, 나머지 20%만 한전에서 사들인다.

물도 마찬가지다. 제철 공정에 사용한 용수는 공장마다 설치된 폐수처리설비에서 1차 처리해 98% 이상을 재활용한다. 나머지 2%만 인근 수어댐에서 하루 평균 19만t을 공급받는다. 또 먼지와 같은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도 98.8%가 자원으로 재활용되고 나머지 1.2%만 소각 또는 매립된다.

포스코 정준양 회장은 3일 청와대에서 열린 녹색성장위원회에 참석해 “2020년까지 쇳물 1t을 제조할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98t으로 9% 더 줄이겠다”고 목표치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2018년까지 저이산화탄소 녹색성장 사업에 7조원을, 2020년까지 에너지 절약 기술 개발에 1조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광양=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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