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세종시’에 민생을 파묻어서는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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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오늘 2월 임시국회가 열린다. 하지만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기대보다 우려가 앞선다. 지난 연말 정기국회에서 여야가 정치적 대결을 벌이다 민생 법안 처리를 뒷전으로 미뤄버렸기 때문이다. ‘세종시’라는 거대 쟁점으로 보아 이번 국회에서도 그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당장 10일까지는 교섭단체 대표연설과 대정부 질문으로 시간을 보내게 돼 있다. 정치는 토론과 협상을 통해 합의점을 도출하는 것이건만 대정부 질문이 일방적인 주장과 비방만 난무하는 자리로 변질된 지 오래다. 국민은커녕 국회의원들조차 귀를 기울이지 않는 일방향 연설을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지 진지하게 검토해 봐야 한다.

정부는 세종시법 수정안을 3월에 내기로 했지만 이번 국회 역시 피해가기는 어려울 듯하다. 민주당 등 야당은 이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추궁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물론 국가적 과제를 여야가 진지하게 의견을 주고받으며 조금이라도 이해의 폭을 넓혀 나가는 노력은 필요하다. 이번 국회에서 좀 더 깊이 있는 토론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이로 인해 지난 정기국회 때처럼 또다시 다른 민생 법안들을 뒤로 미뤄버리는 잘못을 저질러서는 곤란하다.

당장 처리해야 할 법안들이 산더미 같다. 어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안건은 무려 4808건에 이른다. 그중에서도 농어촌 일자리 창출 관련법, 임금 채권 보장법, 카드 수수료 다이어트법, 할부거래(상조피해방지)법, 진폐근로자법 등 서민 보호법안, 성폭력범죄처벌법, 실종아동 보호 및 지원법, 영유아보육법 등 취약계층 보호법은 서민들을 애타게 한다. 아이티 안정화군 파병 동의안이나 아프가니스탄 파병법은 시간이 촉박하다. 위헌·헌법 불합치 판정을 받고도 시간만 끌고 있는 법안들도 14개에 이른다.

세종시 문제는 장외에서 서로 비방만 할 게 아니라 국회의 틀 안에서 충분한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이런 정치쟁점에 매달려 서민들의 생활과 직결된 법안들을 소홀히 다뤄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야가 민생 관련 법안부터 우선 처리하는 지혜를 발휘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