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에너지 확보” 공격 앞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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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중국 정부가 에너지·자원 안보를 위해 인민해방군과 국가안전부까지 동원하기로 했다. 국가안전부는 미국의 중앙정보국(CIA)에 해당하는 중국의 최고 정보기관이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가 최근 몇 년간 파상적으로 펼쳐온 자원외교가 앞으로 더 공세적인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관영 신화통신은 “국무원 결정으로 국가에너지위원회가 27일 정식으로 설립됐다”고 28일 보도했다. 이 위원회는 중장기적인 에너지 수급과 발전 전략을 수립하고, 에너지와 자원 안보에 관한 주요 현안을 심의하게 된다. 또 국내의 에너지 개발과 국제 에너지 협력 문제에 대해 정부 부처 내부의 총괄적인 조율도 맡게 된다고 통신은 전했다.

그동안 중국의 에너지 업무는 차관급인 국가능원(能源)국 국장이 주관해 왔다. 그러나 신설 위원회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위원장 격인 주임을 직접 맡기로 했다. 차관급이던 에너지 업무의 비중이 총리급으로 3단계 격상된 것이다. 그만큼 중국 정부가 에너지와 자원 안보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위원회 부주임에는 차기 총리로 유력한 리커창(李克强) 상무 부총리가 선임됐다.

이 위원회는 산하에 사무국 성격의 판공실을 설치, 장핑(張平)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이 겸직하도록 했다. 판공실 부주임은 장궈바오(張國寶) 국가능원국장이 겸직한다.

국가에너지위원회는 원 총리와 리 부총리를 제외한 위원만 21명이다. 중앙은행을 위시해 재정·상무·세무·환경·교통 등 주요 부처 장관급이 거의 망라됐다. 그만큼 부처 간 업무 조율이 원활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경제참고보(經濟參考報)는 위원 중에는 군과 정보기구 관계자가 포함돼 관심을 끌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겅후이창(耿惠昌) 국가안전부장이다. 그는 중국의 국내뿐 아니라 국외 정보를 총괄하는 최고 인사다. 인민해방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 장친성(章沁生) 중장도 포함됐다. 광저우(廣州) 군구사령관을 지낸 그는 지난해 12월 부총참모장에 발탁됐다. 양제츠(楊潔篪) 외교부장도 이름을 올렸다.

군과 정보기관까지 에너지·자원 안보를 관장하는 기구에 포함됨에 따라 이들이 앞으로 중국의 해외 에너지·자원 확보 전선에서 어떤 막후 역할을 해낼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국가안전부는 수단·미얀마 등 자원이 풍부하지만 테러와 독재로 비난받는 국가들과 접촉하는 임무를 맡고, 인민해방군은 해외에서 확보한 자원의 안전한 국내 운송에 역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하고 있다.

1978년 이후 30여 년간의 개혁·개방으로 경제 규모가 세계 2위로 커지면서 중국의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90년대 초반에 이미 에너지 수출국에서 수입국으로 돌아선 중국은 지난해 원유의 해외 의존도가 50%를 넘었다. 몇 년 전부터는 최고지도자들이 중앙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 등 지구촌 곳곳을 돌면서 자원외교를 펼쳐 ‘에너지 블랙홀’이란 비판을 받기도 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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