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혁신 위해 모든 재산 내놓을 겁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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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선생님이나 학생을 위한 연수 교육과 강의를 하러 다니면서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가 정말 심각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제가 1억원을 내고 오늘 이 자리에 온 것도 사실 새로 시작한 교육혁신사업을 설명드리고 힘을 모아보기 위해서입니다. 취약계층 아이들이 갈수록 심해지는 빈부격차를 극복하기 위해 가장 좋은 수단이 바로 교육입니다.”

28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사랑의 열매 회관 지하 1층 강당.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1억원 이상의 고액 기부자들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 회원들을 대상으로 처음 마련한 ‘나눔과 감사의 날’ 행사에는 바로 전날 가입했다는 ‘새내기’ 이찬승(61·사진) 전 능률교육 대표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는 1980년대 ‘능률 VOCA’ 등 영어교육 서적들을 히트시킨 저자 겸 강사다. 자신이 세운 능률교육을 2002년 코스닥에 상장해 연매출 400억원대의 기업으로 키운 ‘교육업계 1세대 최고경영자(CEO)’이기도 하다. 지난해 8월 교육혁신사업을 하겠다며 갑자기 30여년 간 키워온 회사를 매각했던 그는 이날 자신의 새로운 직함을 소개했다.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의 대표였다.

“교육과 관련된 비영리기업이에요. 제가 가진 능력을 최대한 나누려는 거죠. 아직 재단법인으로 할지, 사단법인으로 할지, 정관도 정하지 못한 상태지만 우리 가족이 어느 정도 먹고 살 만큼은 남기고 모든 재산을 투자하려고 합니다. 이번에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으로 가입하면서 낸 1억원은 그 일부이고요.”

이 대표가 구상하는 사업 내용은 여러 가지다. 입시 위주가 아닌 미래 지향적 교육목표와 체계를 만들기 위한 연구 조사도 하고, 그에 맞게 기업을 경영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학교와 교육청들을 대상으로 컨설팅도 할 예정이다. 또 대안학교를 지원하거나 대안학교들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제공하고, 필요하다면 대안학교를 직접 세우는 것도 고려 중이다.

“기업을 통해 사회에서 번 돈을 내놓는 건 ‘선행’이 아니라 ‘의무’라고 생각해요. 다행히 가족들도 모두 이해해줬고요. 나중에 제 묘비명에 성공한 교육사업 CEO였다는 말보다는 한국의 교육을 혁신하는데 기여했다는 말이 들어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공동모금회의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들은 이날 행사에서 노블레스 오블레주 실천을 위한 ‘더 밝은 사회를 위한 선언문’을 발표했다. 남한봉 유닉스코리아회장, 류시문 한맥도시개발 회장 등 총 회원 20명 가운데 12명이 참가해 모임의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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