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 살리자" 클린턴 구원등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빌 클린턴(사진 왼쪽) 미 대통령이 미 대선전 막바지 구원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AP통신에 따르면 제이크 시워트 백악관 대변인은 26일 "대통령이 31일부터 앨 고어 후보와 민주당 의원들을 위해 주요 지역을 방문한다" 고 밝혔다.

클린턴은 다음달 2일부터 이틀간 캘리포니아주에서 선거 지원활동을 하고 아칸소.켄터키.루이지애나.미주리.웨스트 버지니아주 등에서도 대중연설을 통해 선거운동을 할 계획이다.

클린턴은 이에 앞서 27일 백악관에서 흑인단체 지도자들과 만나고 29일엔 워싱턴DC의 흑인교

회 예배에 참석한다. 고어 후보를 밀어달라고 부탁하기 위해서다.

클린턴은 그동안 민주당이 선거자금 모금을 할 때만 얼굴을 비쳐왔다.

섹스 스캔들로 도덕성에 흠집이 난 클린턴이 가만히 있는 게 오히려 선거를 돕는 것이라고 판단한 고어 후보측 전략 때문이었다.

고어는 주요 연설 때마다 "나는 내 힘으로 이 자리에 섰다" 며 클린턴과 거리를 둬왔다.

언론들은 그가 유세장에 갈 때마다 부인 티퍼와 키스를 하는 것도 '좋은 남편이라는 것을 보여주며 클린턴과 차별성을 부각하려는 것' 으로 해석해왔다.

그러다 결국 '선거천재' 클린턴이 등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고어가 먼저 도움을 요청한 것인지, 아니면 클린턴이 참다못해 끼어든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하지만 클린턴은 백인 중년여성 등 보수적 유권자가 많지 않은 곳을 골라 다녀야 하는 처지다. 클린턴의 영향력이 얼마나 될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선거인단이 54명으로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주에선 당장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분석이다.

고어의 친구이자 주지사인 그레이 데이비스는 캘리포니아주에서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가 최근 5%차 정도로 추격해 오자 "클린턴이 와야 한다" 고 말했다.

흑인 유권자가 많은 루이지애나주에서도 클린턴의 등장은 고어에게 단비다.

그러나 공화당 부시 후보측은 "클린턴이 등장하면 고어에게 도움될 게 하나도 없다. 기다리고 있었으니 한번 끼어들어보라" 며 코웃음치고 있다.

클린턴 변수가 어느 정도 위력을 발휘할 지 지켜볼 일이다.

이상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