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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는 대학 자율화 한다면서 법으론 등록금 상한제 만드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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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대학 등록금 동결 여부가 대학가의 이슈로 떠오르자 대학 총장들이 재정 문제를 들고 나왔다. 27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정기총회에 참석한 총장들이 “정부의 재정지원을 입법화하자”며 한목소리를 낸 것이다. 대교협은 전국 201개 4년제 대학 총장들의 협의체다. 이날 행사에는 148개 대학 총장이 참석했다.

총회에선 국회가 법제화한 등록금 상한제가 대학의 손발을 묶고 있다는 총장들의 쓴소리가 쏟아졌다. 등록금 상한제는 국회가 대학의 등록금 인상률을 최근 3년간의 물가상승률의 1.5배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한 법안이다.

특히 사립대의 불만이 많았다. 대교협 이배용 회장(이화여대 총장)은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는 환영하지만 등록금 상한제까지 함께 법제화돼 유감이다”고 말했다. 이종욱 서강대 총장은 “한쪽에선 대학 자율화를 얘기하면서 법으로 등록금 상한을 정하는 건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김종량 한양대 총장은 “자율을 강조하는 시대에 역행하는 법”이라며 “대학 총장들이 재원을 확보하려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현실을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대 총장들은 목소리를 더 높였다. 부구욱 영산대 총장은 “현재도 서울의 사립대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등록금인데 인상 한도까지 걸어서 규제하면 지방대는 살아남을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사립대총장협의회의 새 회장으로 선출된 김영길 한동대 총장은 “정부에 사립대 교수 인건비의 40%까지 지원해 달라고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국립대에 집중된 정부의 지원금을 사립대에도 끌어오겠다는 것이다. 김 총장은 “대졸자의 70~80%를 배출하는 사립대의 교육의 질에 국가 경쟁력이 달려 있다”며 “사립대가 학생 등록금에 의존하지 않고 발전할 수 있도록 정부가 재정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사립대총장협의회는 ‘사학진흥특별법’(가칭)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대교협 회원 대학의 75%가 사립대다.

하지만 자성의 목소리도 있었다. 대학이 정부에 손만 벌리지 말고 적극적으로 재원확충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었다. 서울의 한 사립대 총장은 “대학도 주식회사를 세울 수 있어 학교기업으로 수익을 낼 길이 있는데 잘 활용하지 못하고 안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사립대 총장은 “가만 있어도 학생들이 등록해주니 재정자립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교협은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고등교육 재정 교부금법’(가칭) 입법을 적극 요구할 계획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의 고등교육비 부담 비율(현재 0.6%)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까지는 끌어올려야 대학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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