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마타이는…] 아프리카 환경운동 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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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왕가리 마타이 케냐 환경부 차관은 아프리카 환경운동의 대모(代母)로 불린다. 마타이는 1977년 여성이 주도하는 '그린벨트 운동'을 창설해 아프리카 전역에 나무심기 사업을 전파한 주인공이다. 이제까지 아프리카에 3000만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었다. 이 운동은 가난한 여성에게 일자리를 주면서 환경을 생각하지 않는 남벌 등으로 밀림이 급속히 훼손되는 땅을 푸르게 되돌리자는 아프리카 최대의 녹화(綠化)사업이다.

▶ 8일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케냐의 여성 환경운동가 왕가리 마타이가 1999년 1월 나이로비 '프리덤 코너 우후루' 공원에서 방문 기념으로 나무를 심고 있다. [AP 자료사진]

마타이는 "나무 심기는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위한 출발점"이라며 "자연을 회복시켜 인간의 미래를 일구자"며 이 운동을 제창했다. 그는 "나무 심기야말로 사막화를 늦출 수 있을 뿐 아니라 식량과 땔감의 안정적 확보라는 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케냐 사막화의 최대 요인으로 남벌을 꼽았다. 이에 그는 나무심기 사업에 땔감 마련을 전담하는 여성들을 참여시켜 이들을 자연스럽게 계몽시켜 나갔다. 그린벨트 운동은 여성들이 운영하는 보육원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이 운동은 당초 케냐의 사회운동으로 시작했다. 이후 인근 10여개 아프리카 국가가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사막화가 진행되는 중부 아프리카 곳곳에서 나무 심기를 통한 '인간의 반격'을 시작했다. 이 운동은 또 케냐 여성 인권운동의 기폭제가 됐다. 여성들이 앞장서 운동을 이끌면서 환경과 사회 문제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또 운동을 통해 일자리를 얻게 된 수만명의 여성이 가정에서 경제적인 발언권을 갖게 됐다. 이로 인해 여성의 교육 기회가 늘어나고 가족 계획 프로그램의 확대도 가능했다.

마타이는 중동부 아프리카 출신으론 박사학위(생물학)를 받은 첫 여성이다. 64년 가톨릭 전통이 강한 미국 스콜라스티카대에서 학위를 받고 귀국한 뒤 환경운동에 뛰어들었다. 그는 사회 불안의 핵심이었던 환경 문제를 중심으로 군사정권과 남성 우위의 부족 전통 속에서 학대받는 여성의 인권을 위해 투쟁해 왔다.

그는 이 과정에서 독재정권의 개발 계획과 충돌, 수차례 감금되고 폭행당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계속되는 정권의 억압에도 불구하고 소신을 굽히지 않았던 그는 91년 환경 부문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골드먼 환경상'을 수상해 국제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또 지난 3월엔 국제환경상인 '소피상'을 받았다.

정용환 기자

*** [선정 이유] '환경·인권' 동시 기여 높이 평가

노벨위원회는 2001년 노벨 평화상 제정 100주년 기념식에서 환경 보호에 기여한 사람들에게도 이 상이 돌아가도록 시상 범위를 넓히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2002년부터는 해마다 환경운동가들이 평화상 수상 대상자로 거론돼 왔다. 노벨위원회는 마타이를 선정한 배경에 대해 "환경 보호를 전제로 한 개발과 민주주의.평화에 그의 공헌이 크다"고 말했다. 환경에 대한 기여와 함께 평화상의 기치인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헌신도 평가한 것이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이날 "환경과 세계 평화 사이의 연관성을 인정한 것"이라며 환영했다.

노벨위원회는 이어 "마타이는 민주주의와 인권, 특히 여성의 권리 신장을 포함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광범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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