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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새내기 제조·SW사 잘나간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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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벤처업계가 어렵다지만 쑥쑥 잘 크는 곳도 많다.

엇비슷한 분야를 놓고 씨름하는 일부 닷컴 기업들이 고전하는 것과 달리 독창적 기술.아이디어나 수익모델을 바탕으로 불황을 이기는 신생 제조.소프트웨어 업체들이 벤처업계의 주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권오용 KTB네트워크 상무는 "전통기업이라도 유망사업을 재빨리 포착해 변신에 성공했거나 창업 초기부터 일찌감치 내수에서 해외로 눈돌린 곳 가운데 성장이 빠른 경우가 많다" 고 말했다.

연 매출 1백억원이라면 웬만큼 회사의 차림새를 갖추고 제2도약을 꿈꿀 만한 규모다.

올해 이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는 벤처업체는 반도체 장비나 초고속 정보통신망 관련 업종이 많다.

인터넷 사업 자체보다는 이 업종에 인프라를 제공하는 소프트웨어.솔루션 등 지원업종들이 호황을 누리는 셈이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벤처 공인을 받은 중소업체(지난 6월 말 7천1백17개 기준)의 지난해 평균매출은 47억원.

중기청 관계자는 "지난해 벤처기업의 매출증가율(37%)이 일반 중소기업(11%)의 세배 이상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처음 매출 1백억원 고지를 밟게 될 벤처가 수백개에 이를 것" 이라고 내다봤다.

◇ 어떤 업체들인가=매출이 10배 안팎까지 뛸 것으로 예상되는 곳도 있다.

정보통신 관련 핵심기술을 보유해 삼성.SK 등의 전자.정보통신 대기업과 손잡고 탄탄한 수요 기반을 다진 경우가 많다.

넷웨이브는 올해 예상매출이 지난해 81억원의 7배 가까운 5백50억원, 당기순이익도 1백억원을 바라본다.

한국전력.한국통신.두루넷.파워콤 등에 통신망을 공급하는 등 국내외 제휴선이 든든하다.

지난해 매출이 12억원이었던 웹게이트는 영상압축.네트워킹 분야의 기술 축적이 올해 양산으로 이어지면서 연말까지 2백20억원의 매출을 기대한다. 순익도 8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신영텔레콤(무선통신장비)은 지난해 25억원에서 올해 1백80억원으로, 디지탈드림스튜디오(엔터테인먼트)는 7억원에서 2백억원으로, 인텔링스(무선통신)는 20억원에서 1백19억원으로 매출이 뛸 것으로 기대했다.

닷컴 기업이지만 자체 개발한 솔루션을 수출해 수익모델을 보강한 기업도 있다.

티페이지(http://www.Tpage.com)는 토종 인터넷 무역사이트론 처음 올해 매출 1백억원을 바라본다.

지난해 7월 법인으로 전환한 뒤 미국.동남아.호주 등지로 제휴선을 늘려 국내외 20여만개의 회원업체를 확보했다.

수익이 돋보이는 곳도 있다. DIB(인터넷 솔루션)는 올해 매출 1백억원에 순익 40억원, 아이디스(디지털 비디오 레코더)는 매출 1백42억원에 순익 32억원을 기대했다.

이런 업체들은 국내 굴지의 창업.기술투자 회사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올 하반기 들어 어지간한 인터넷 기업이라도 5억원 또는 프리미엄 10배수(주식 액면가의 10배)이상의 투자를 거의 받지 못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서갑수 한국기술투자 대표는 "인터넷 업종 투자를 종전처럼 보수적으로 하면서 정보통신.전자.전기 업종이나 기계.화학 등 분야의 투자를 늘리겠다" 고 말했다.

◇ 매출 1백억원의 의미〓투자전문가들은 비로소 최소한의 효율적 생산단위를 이룬 것으로 본다. 회사 이름도 일반에 꽤 알려지면서 걸음마 업체라는 인상도 벗는다.

정진석 동양창업투자 사장은 "업종마다 조금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매출이 1백억원을 넘어서면서 회사의 경영.영업방식이 질적으로 달라지고 성장에 속도가 붙는다" 고 설명했다.

조직이 커지면서 인사와 자금.생산관리가 합리적으로 바뀌고 연구개발도 가속화하면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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