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애널리스트의 선택/LG상사] 해외자원 선점 … 종합상사 재조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3면

종합상사는 평가하기 어려운 업종이다. 우선 거래하는 품목이 많다. 또 매출의 대부분이 수출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환율과 국제 상품가격 변동에 따라 이익 수준이 크게 달라진다. 그래서 기업의 실적 추정이 어렵다. 투자자들로서는 종합상사의 가치 매기기가 까다롭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종합상사들은 항상 적정가치보다 저평가돼 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근래 LG상사와 대우인터내셔널을 필두로 한 종합상사들이 조명을 받고 있다. 쌍용(현 GS글로벌)·현대종합상사·대우인터내셔널 등이 새 주인을 찾게 됐다. 수출이 살아나면서 종합상사의 무역 부문 실적도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여기에 그동안 투자했던 해외 자원개발의 성과가 하나둘씩 가시화되고 있다. 해외 자원개발은 이제 종합상사들의 성장동력으로 떠올랐다.

종합상사 중에서도 LG상사를 톱픽으로 꼽는다. 이 회사는 자원개발을 중심으로 기업 성격의 대전환이 이뤄졌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물론 기존에도 자원개발에서 매출과 이익을 올렸지만 그 비중은 미미했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해 전체 이익에서 자원개발 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다. 지금까지가 자원개발에 대한 투자의 시기였다면, 이젠 회수의 시기로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본격 생산을 시작한 오만의 웨스트부카 유전이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다. 매년 500억원 이상의 이익을 안겨줄 광구다. 웨스트부카 유전 덕에 LG상사의 자원개발 부문 세전 이익은 2008년 145억원에서 지난해 700억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1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웨스트부카 유전의 이익이 더 늘 것이고, 석탄광인 인도네시아 MPP·투투이, 중국 완투고도 수익을 올려 줄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카자흐스탄 지역에서의 유전 개발, 탄소배출권 사업, 조림, 바이오연료(팜오일) 사업 등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탐사 단계인 카자흐스탄의 아다·잠빌·에키즈카라·8광구 등은 모두 예상 매장량이 1억 배럴 이상이다. 웨스트부카 유전의 확인 매장량(4000만~5000만 배럴)을 넘어선다. 물론 자원개발 특성상 탐사 실패 위험도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탐사 결과는 기대감을 높여주기에 충분하다. 아다 광구에선 이미 원유를 찾아냈다.

카자흐스탄 유전 개발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2011년께 본격 생산 단계에 진입한다. 이는 지난해 웨스트부카 유전에 이어 LG상사의 이익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분기점이 될 것이다.

LG상사가 가진 GS리테일의 지분(32%) 가치도 곧 재조명받게 된다. 올해 상반기 중 GS리테일은 백화점과 대형마트 사업부를 매각하고, 수퍼마켓·편의점 사업만 계속한다는 계획이다. 백화점·대형마트 사업 매각 대금만 1조~1조5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32%의 지분가치만 해도 최소 3200억원이다. 현재 LG상사가 계상한 GS리테일 지분가치(약 2000억원)보다 훨씬 큰 금액이다.

사실 LG상사는 요즘 주가 흐름은 부진하다. 2009년 4분기 실적이 시장기대치를 밑돌 것이란 추정 때문이다. 그러나 올 1분기부터는 탄탄한 자원개발 사업을 바탕으로 시장의 기대를 웃도는 실적을 낼 것으로 본다. 이 회사를 2010년에 주목해야 할 기업으로 선정한 이유다.

정연우 연구위원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