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원·효민 쌍둥이 자매가 엄마 정은주씨와 미술놀이를 하고 있다. [최명헌 기자]
다양한 표상 활동 통해 창의성 길러
정씨가 미술교육을 시작한 것은 효원·효민이가 돌이 지났을 무렵이다.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고 동물들을 그리고 만드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집중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 그 때 시작해 요즘도 일주일에 두세 번은 미술놀이를 한다. 자매가 수학과 국어를 배울 때도 미술놀이를 접목한다. 여성 포털에 육아법을 연재하는 김복실(39·경기도 파주시)씨는 “미술을 잘 모르고 손재주가 없어도 몇 가지 기본적인 것만 알면 아이와 충분히 미술놀이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얼마 전 1회용 접시를 버리기 아까워 팔레트로 쓰라고 줬더니 아이가 거기에 그림을 그려 보자고 제안해 기뻤단다. “처음에는 엄마가 준 재료로 하라는 대로 따라 하지만 어느 순간 엄마의 생각을 뛰어넘어요. 아이들에게서 상상력과 창의력을 오히려 배우는 중입니다.“ 한국디지털대학교 박정아(예술학과) 교수는 “미술놀이를 하면서 이뤄지는 탐색과 표현은 아이의 생각과 느낌을 자발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다”며 “대상을 마음속에 나타내는 다양한 표상 활동을 통해 창의성을 길러 준다”고 말했다.
여러가지 재료 쓰면 상상력·표현력 발달
아들 연후(7)가 두 살 무렵 미술놀이를 시작한 김씨는 “두부·밀가루·신문지·깡통 등 식재료나 재활용품도 훌륭한 미술 재료”라고 말했다. 정씨는 같은 그림을 그려도 여러 재료를 이용한다. 크레파스나 물감으로 꽃을 그리기도 하고, 종이나 재활용품으로 꽃을 만들기도 한다. 박 교수는 “여러 재료로 그리고 만들면서 상상력·사고력·추리력·창의력이 발달한다”고 조언했다. 다양한 재료를 다루면서 자신의 신체를 조정하는 법을 배운다는 것이다.
계절 변화를 잘 모르는 아이들에게는 꽃·나뭇잎 등을 활용한 미술놀이가 도움이 된다. 나뭇잎에 물감을 칠해 찍어 보고, 눈 위에 물감으로 그림을 그려 볼 수도 있다. 집이 좁아 미술놀이를 하기 어렵다면 목욕탕이나 베란다에 큰 종이를 붙여 물로 쉽게 지워지는 물감으로 아이 마음대로 표현할 수 있게 한다. 많은 엄마가 미술놀이를 하면서 치울 걱정부터 한다. 그러나 “어지르면 안 돼”는 창의력과 상상력을 막는 말이니 삼가는 것이 좋다.
재료 탐색할 시간 충분히 줘야
미술 활동을 시작하기 전 아이가 다룰 수 있는 재료인지 살핀다. 박 교수는 “재료에 익숙해지도록 반복해 알려 주고, 재료를 탐색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씨는 “새 재료를 살피고 아이디어를 실험해 보는 과정 자체가 지능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또 그림이나 작품을 그럴듯하게 만드는 데 집착해서는 안 된다. 아이가 또래 아이들에 비해 발달이 빠르다고 기교가 필요한 놀이를 했다가는 엄마가 도와줘야 할 몫만 커져 결국 엄마 중심의 놀이가 된다.
미술놀이를 할 때 음악을 틀어 놓는 것도 좋다. 김씨는 “좋은 음악을 들으며 미술놀이를 하면 아이가 더 즐겁게 놀이에 참여하고 흥미를 갖게 해 효과 만점”이라고 조언했다. 매일 다른 미술놀이를 시도하면 엄마가 힘들어 금방 지칠 수 있다. 아이가 좋아하는 활동 몇 가지를 반복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무턱대고 하자고 하지 말고, 무엇을 그릴까 먼저 이야기를 나눈 뒤 시작하면 아이들이 편한 마음으로 미술놀이에 참여할 수 있다.
박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