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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학습 놀이 엄마는 ‘창의미술 선생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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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면

효원·효민 쌍둥이 자매가 엄마 정은주씨와 미술놀이를 하고 있다. [최명헌 기자]

“지난번에 색종이로 공작새의 깃털을 만들었지? 오늘은 손가락으로 깃털을 만들어 볼까?” 엄마 정은주(31·서울 영등포구)씨가 이효원·효민(6) 쌍둥이 자매에게 공작새 몸통이 그려진 스케치북을 내밀었다. 효원이는 손가락에 물감을 묻혀 색칠하고, 효민이는 물감을 찍어 표현했다. 정씨는 “같은 주제로 미술놀이를 하더라도 재료를 바꾸면 재료 성질에 따라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고 말했다.

다양한 표상 활동 통해 창의성 길러

정씨가 미술교육을 시작한 것은 효원·효민이가 돌이 지났을 무렵이다.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고 동물들을 그리고 만드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집중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 그 때 시작해 요즘도 일주일에 두세 번은 미술놀이를 한다. 자매가 수학과 국어를 배울 때도 미술놀이를 접목한다. 여성 포털에 육아법을 연재하는 김복실(39·경기도 파주시)씨는 “미술을 잘 모르고 손재주가 없어도 몇 가지 기본적인 것만 알면 아이와 충분히 미술놀이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얼마 전 1회용 접시를 버리기 아까워 팔레트로 쓰라고 줬더니 아이가 거기에 그림을 그려 보자고 제안해 기뻤단다. “처음에는 엄마가 준 재료로 하라는 대로 따라 하지만 어느 순간 엄마의 생각을 뛰어넘어요. 아이들에게서 상상력과 창의력을 오히려 배우는 중입니다.“ 한국디지털대학교 박정아(예술학과) 교수는 “미술놀이를 하면서 이뤄지는 탐색과 표현은 아이의 생각과 느낌을 자발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다”며 “대상을 마음속에 나타내는 다양한 표상 활동을 통해 창의성을 길러 준다”고 말했다.

여러가지 재료 쓰면 상상력·표현력 발달

아들 연후(7)가 두 살 무렵 미술놀이를 시작한 김씨는 “두부·밀가루·신문지·깡통 등 식재료나 재활용품도 훌륭한 미술 재료”라고 말했다. 정씨는 같은 그림을 그려도 여러 재료를 이용한다. 크레파스나 물감으로 꽃을 그리기도 하고, 종이나 재활용품으로 꽃을 만들기도 한다. 박 교수는 “여러 재료로 그리고 만들면서 상상력·사고력·추리력·창의력이 발달한다”고 조언했다. 다양한 재료를 다루면서 자신의 신체를 조정하는 법을 배운다는 것이다.

계절 변화를 잘 모르는 아이들에게는 꽃·나뭇잎 등을 활용한 미술놀이가 도움이 된다. 나뭇잎에 물감을 칠해 찍어 보고, 눈 위에 물감으로 그림을 그려 볼 수도 있다. 집이 좁아 미술놀이를 하기 어렵다면 목욕탕이나 베란다에 큰 종이를 붙여 물로 쉽게 지워지는 물감으로 아이 마음대로 표현할 수 있게 한다. 많은 엄마가 미술놀이를 하면서 치울 걱정부터 한다. 그러나 “어지르면 안 돼”는 창의력과 상상력을 막는 말이니 삼가는 것이 좋다.

재료 탐색할 시간 충분히 줘야

미술 활동을 시작하기 전 아이가 다룰 수 있는 재료인지 살핀다. 박 교수는 “재료에 익숙해지도록 반복해 알려 주고, 재료를 탐색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씨는 “새 재료를 살피고 아이디어를 실험해 보는 과정 자체가 지능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또 그림이나 작품을 그럴듯하게 만드는 데 집착해서는 안 된다. 아이가 또래 아이들에 비해 발달이 빠르다고 기교가 필요한 놀이를 했다가는 엄마가 도와줘야 할 몫만 커져 결국 엄마 중심의 놀이가 된다.

미술놀이를 할 때 음악을 틀어 놓는 것도 좋다. 김씨는 “좋은 음악을 들으며 미술놀이를 하면 아이가 더 즐겁게 놀이에 참여하고 흥미를 갖게 해 효과 만점”이라고 조언했다. 매일 다른 미술놀이를 시도하면 엄마가 힘들어 금방 지칠 수 있다. 아이가 좋아하는 활동 몇 가지를 반복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무턱대고 하자고 하지 말고, 무엇을 그릴까 먼저 이야기를 나눈 뒤 시작하면 아이들이 편한 마음으로 미술놀이에 참여할 수 있다.

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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