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위원 칼럼] 우리만 죽을 쑤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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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이번주 미국과 일본은 온 나라가 프로야구 열기에 휩싸이게 된다.

미국은 44년 만에 뉴욕에 본거지를 둔 두 팀간에 월드시리즈를 벌이게 돼 뉴욕시가 온통 들떠 있고 일본은 야구팬들로부터 존경과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는 스타감독 오 사다하루(王貞治)-나가시마의 'ON대결' 을 드디어 보게 돼 열도가 흥분의 도가니다.

미국에서는 비행기를 타고 다니며 경기를 벌이는 것이 일반적인데 같은 동네팀끼리 월드시리즈를 벌이게 되자 지하철로 왔다갔다 하면서 경기를 벌인다고 해 지하철시리즈라는 이름이 붙었다.

1903년 월드시리즈가 시작된 이래 이번이 열세번째이자 56년 양키즈와 브루클린 다저스(지금의 LA다저스) 이후 처음 있는 일이어서 미국인들의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다.

일본의 'ON대결' 도 희귀하다. 나가시마와 오 사다하루 두 감독은 현역 시절 일본 최고의 인기구단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3번과 4번 타자로 치열한 인기 경쟁을 벌였었는데 은퇴 후에도 감독으로 인기 대결을 벌이고 있다.

나가시마 감독은 96년 자이언츠를 일본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고 오 사다하루 감독도 지난해 다이에 호크스를 역시 우승으로 이끌기는 했으나 맞대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의 야구팬들은 평생 라이벌인 두 스타감독의 맞대결이 마침내 성사돼 흥분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스포츠계가 풍성한 가을걷이로 떠들썩한 데 비해 한국은 초상집 분위기다. 플레이오프전을 치르고 있는 프로야구는 예년에 비해 인기와 관심이 크게 떨어져 공중파 방송들이 중계를 회피하는 등 딱한 처지다.

야구와 함께 양대 스포츠로 인기대결을 벌여온 축구는 더욱 비참하다. 올림픽예선 탈락과 아시아축구선수권 졸전, 월드컵조직위원회 홈페이지사건 등으로 연일 축구팬들의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프로야구와 축구가 이같은 어려움을 맞게 된 것은 부적절한 인사가 그 원인이다. 축구는 대표팀 감독을 잘못 뽑았기 때문이고 프로야구는 무능한 인사들이 행정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축구대표팀은 지난해 올림픽팀간 친선경기에서 일본에 연패했을 때부터 감독의 무능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높았었다.

그러나 일부 인사들이 내 사람이라는 이유로 경질을 막아 결국 2년간 대표팀의 기술이나 전략이 제자리걸음하는 빌미가 됐다.

프로야구도 마찬가지다. 마케팅능력이 없는 인사들이 행정을 맡고 있어 관중이 줄고 인기가 하락하는 데도 속수무책이다. 두 단체가 하루빨리 단호한 조처로 위상을 바로세우길 바란다.

권오중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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