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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월드] 'CD를 위한 애상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5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네티즌들이 인터넷 상에서 가장 빈번히 찾는 검색 테마가 '섹스' 와 '건강' 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새로운 테마가 추가됐다. 바로 '음악' 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MP3라는 형식으로 압축된 음악이다. MP3에서는 1분 길이의 음악이 약 1메가바이트의 데이터가 된다. CD의 약 10분의1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미 전세계 시장에는 MP3 플레이어가 다수 나와 있다. 주머니 속에 넣는 것, 혁대에 장착하는 것, 손바닥 안에 쏙 들어가는 것, PC에서 작동시키는 것, 휴대전화와 기능이 결합된 것 등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종류가 있다.

미국에서 나와 있는 자동차 장착용 MP3는 현재 7천곡을 수록할 수 있는 용량을 지니고 있다. 차세대 규격의 MP4가 곧 등장하면 압축률은 더욱 향상돼 1만곡 이상 수록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반도체 메모리의 용량 증가까지 뒤따르면 가격도 큰 폭으로 떨어질 것이다.

현재 MP3 형식의 음악 데이터를 배포하는 사이트는 굉장히 많다. 상당수가 불법이기 때문에 사이트가 폐쇄되는 경우도 많지만 이용자가 찾고자 하는 곡을 못 찾는 경우는 일단 없다고 봐도 된다.

MP3 보급으로 인해 CD 판매가 타격을 입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러나 음반업계에 더 치명타가 되는 것은 소형 MP3플레이어에 10메가비트/초의 전송속도를 지닌 적외선 포트가 탑재되는 경우다.

이렇게 되면 옆에 나란히 서 있는 사람 혹은 같은 커피숍에 있는 손님끼리 몇시간 분량의 무료 음악 데이터를 1분도 채 안돼 주고받을 수 있다.

게다가 사무실이나 집에 돌아오면 그 데이터를 다양한 기기에 업로드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CD나 테이프를 사겠는가. 아마 소수의 수집가들에 불과할 것이다.

현재 소수의 매니어들이 CD나 테이프 대신 예전의 애널로그 레코드(LP)를 수집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CD와 음반 테이프 시장의 붕괴는 필연이다.

음반업계는 10여년 전 아날로그 음반에서 CD로 세대교체가 이뤄질 당시 엄청난 가격인상 효과를 누리며 환호했다.

그렇다면 그들이 MP3에 맞서 암호화 기술 등을 통해 기득권을 지켜낼 가능성은 과연 얼마나 될까. 결론적으로 그 가능성은 매우 작다.

이제까지 암호화와 복제방지를 위한 실험은 끊임없이 시도됐지만 결과는 항상 실패였다.

시스템이 발표되면 바로 며칠 후 그것을 의미없게 만드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인터넷에 바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음반업계는 이제 황혼을 맞고 있다.

일본 주간 다이아몬드

정리〓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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