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하천 맑아졌네"…12곳 수질 향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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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부산 도심 하천이 맑아져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생활 오수 등으로 오염돼 악취를 풍겨 시민들이 거들떠 보지 않던 하천 수질이 좋아져 옛 모습을 되찾고 있다.

은어와 숭어가 뛰놀 정도다. 시민들은 하천에서 낚시와 운동을 즐기고 학생들은 자연 학습장으로 이용하고 있다.

◇ 맑아진 하천=19일 오후 부산시 민락동 수영1호교 위 수영천 변. 10여 명의 강태공이 숭어낚시를 즐기고 있었다.

요즘 이곳에서 낚시하는 시민은 평일에는 수십 명, 주말에는 수백 명에 이르고 있다.

몇 년 사이 부쩍 맑아진 하천을 오르내리는 숭어가 많아져 강태공들은 손맛을 보고있다. 불과 2년 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광경이다.

금정구 회동동 회동저수지에서 시작해 서동.명장동 등을 거쳐 수영만으로 흘러드는 수영천 수질은 1996년 평균 BOD(생물학적 산소요구량)가 17ppm 이었으나 지난 9월에는 1.5ppm 을 기록했다. 동래구와 연제구를 관통하는 온천천은 획기적으로 맑아졌다.

온천천 수질은 98년 5월 BOD 1백44ppm 에서 지난 8월에는 4ppm 3급수 수준으로 개선됐다. 요즘 운동거나 쉬기 위해 온천천변에 나오는 시민이 부쩍 늘고 있다.

연산동 H아파트에 사는 하동균(河東均.40)씨는 "96년 입주했을 때는 창문을 못 열 정도로 악취가 났다" 며 "요즘 주말마다 온천천에 낚시하거 간다" 고 말했다.

북구 화명동을 흐르는 대천천은 지난 9월 BOD가 1.4ppm 으로 1급수로 맑아졌다.

이곳에는 지난 봄 은어가 올라와 은어낚시가 유행하기도 했다.

악취가 심해 '똥천' 으로 불리던 동천은 96년 평균 BOD가 63ppm 이었으나 지난해 35ppm 으로 수질이 나아졌다.

부산지역 12개의 하천 대부분의 수질이 최근 좋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민.관.학 정화운동의 결실=학생.시민단체.관할 구청이 온천천을 살려냈다.

연제구청은 98년 11월부터 99년 9월까지 공공근로 인력 5만여 명과 국비 36억원을 들여 온천천을 친환경적 시민공원을 조성했다.

하천 퇴적물을 1m 정도 파내고 둔치에는 갯버들.부연 등 물을 맑게하는 식물을 심었다.

연제구청 공보실 허점상(許點相.39)씨는 "온천천으로 유입되던 하수를 수영하수처리장에 모아 처리하면서 물이 획기적으로 맑아졌다" 며 "흐르는 물 량이 더 많아지면 더 좋은 시민 휴식공간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연제공동체(대표 崔鍾台.40)는 매월 격주 목요일 오후 '온천천 사랑의 날' 행사를 열어 온천천 살리기 운동을 폈다.

이 단체는 또 하천 주변 초등생을 대상으로 온천천 생태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인근 수안.연신초등학생들은 토요일 오후 온천천 자연보호 활동을 하고 있다.

수안초등학교는 학생.교사.학부모가 함께 '온천천 사랑회' 를 만들어 온천천 청소를 실시, 지난 6월 부산환경녹색상을 받기도 했다.

온천천이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것을 축하하는 축제가 21일 온천천 시민광장에서 부산환경운동연합.연공동체.도시발전연구소.낙동강공동체 등의 주관으로 열린다.

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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