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저우허양-이창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초반 무리수… 이 9단 '평상심' 흔들

제3보 (55~76)〓흑▲로 나가자 백△로 젖혀 사고가 났다. 이창호9단이 초반에 무리수를 둔 것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한살 아래인 저우허양. 그에게 2전2패를 당했다는 사실. 이것이 이창호의 견고한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55는 절대의 한수. 자칫 56에 두었다가는 위쪽 흑이 수부족에 걸린다. 60이 비범한 한수였다고 홍태선8단은 말하고 있다. 이 가짜 빵때림은 흔히 자기 수를 줄이는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 이창호9단도 이 수를 간과한 것인지도 모른다.

61에 백이 계속 두면 단패가 된다. 그러나 흑의 괴로움은 백이 패를 바로 걸어주지 않는다는 데 있다.

"백이 가만 놔둬도 흑이 이곳을 완전히 해결하는 데는 세수가 필요합니다" 고 洪8단은 말한다.

64로 붙인 수가 날카롭다. 흑은 차단해야 옳지만 66에 빠지면 백은 끊을 것이고 덩치를 잔뜩 키운 다음 좌상귀의 단패를 걸면 흑은 진퇴양난이 된다. 그래서 73까지 백은 선수로 상변을 해결할 수 있었다.

74때가 고비였다. 흑은 아무튼 '참고도' 1의 요소를 두고봐야 했다. 백도 당장 패를 결행할 수는 없다.

李9단은 그러나 좌상의 단패가 마음에 걸려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75로 굴복했고 76의 요처는 저우허양의 수중에 떨어졌다.

박치문 전문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