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욱 대기자의 경제 패트롤] 중국 출구전략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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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지난주 세계 증시가 크게 요동쳤다.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하나는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꺼내든 강력한 금융규제 방안이다. 대형은행의 규모 확대와 자기자본 투자를 제한하려는 오바마의 규제안은 성사 여부에 따라 금융산업의 지형도를 바꿔 놓을 만한 파괴력이 있다. 두 번째는 중국의 긴축 움직임이다. 지난주 초부터 ▶대형은행의 지급준비율 인상 ▶통화 안정 채권 금리 인상 ▶신규 대출 제한 방침 보도 등이 잇따라 터져나오면서 중국이 본격적인 통화 긴축에 들어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기 때문이다.

오바마의 금융규제 방안은 좀 더 지켜봐도 될 듯싶다. 이 방안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형 금융회사에 대한 미국민들의 반감에 기대고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금융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내용인데다, 미국이 강점을 갖고 있는 금융산업에 타격을 줄 소지가 있다. 또 미국인들의 전통적인 작은 정부 선호에도 배치되는 측면이 있어 성사를 낙관하기 어렵다. 현 시점에서 이보다 더욱 주목해야 하는 건 중국의 긴축 정책이 아닐까 싶다.

최근 잇따라 발표되는 중국 경제 통계를 보면 이제 경제회복을 넘어 과열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게 뚜렷하다. 지난해 연율 8.7%의 성장률도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지만 분기별 성장률의 상향 추이, 특히 4분기 성장률 10.7%는 중국 경제가 자체 상정한 과열 수준에 이미 진입했음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 이는 물가에서도 나타나 지난해 11월 10개월 만에 상승(0.6%) 반전한 소비자물가는 12월에 1.9%로 치솟았다. 소비자물가가 예금 금리(1년 2.25%)에 육박함으로써 제일 먼저 제기되는 게 금리 인상 가능성이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짐으로써 초래될 은행 예금 이탈과 부동 자금 증가가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것이란 우려에서다. 문제는 이러한 물가 오름세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최근 중국 소비자물가가 2월에 3%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 정부가 올 들어 잇따라 긴축 조치들을 내놓긴 했지만 가중되는 인플레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1분기 중 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을 수 없으리란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더블 딥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지만, 요즘 세계 경제에서 그 존재감을 과시하는 중국이 금리 인상, 본격적인 출구전략을 실행하는 것은 지난해 호주의 선제적 조치와는 다른 파급 효과가 있을 것이다. 우리의 경우에도 금융정책에서의 시사점이나 수출산업에의 영향 등 그 파장은 상당할 것인 만큼 면밀한 분석과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태욱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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