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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아르빌] 꼬박 2박 3일 8kg 방탄복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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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라크 전쟁이 끝난 지 1년반이 지났지만 이라크 가는 길은 더욱 멀어졌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요르단의 암만에서 잘 닦인 서부 고속도로를 5시간 달리면 바그다드에 도착했다.

그러나 자이툰 부대를 찾아가는 이번 여정은 2박3일이나 걸렸다. 지름길을 놔두고 우회해야 했기 때문이다. 저항.테러 세력들의 납치나 기습공격을 피하기 위해서다.

4일 새벽 카이로를 출발해 이라크의 한 주변국(안전상 국가 이름은 밝힐 수 없음)에서 하루를 머물렀다. 다음날 비행기로 이라크 국경에서 가까운 한 도시에 도착해 또다시 하루를 보내야 했다. 3일째인 6일 새벽 이 도시를 출발해 육로로'허리가 부러지는'대장정을 시작했다. 국경에는 정오에야 도착할 수 있었다. 게다가 입국 수속에 3시간이나 걸렸다.

국경을 넘자 연한 갈색의 얼룩 군복을 입은 자이툰 부대원들이 반겨줬다. 반가움도 잠시였다. 철판이 들어간 7㎏ 무게의 방탄조끼, 1㎏이 넘는 방탄 철모가 주어졌다. 방탄 처리된 군용 지프 뒷좌석에 앉자 지친 몸이 새로운 짐에 비명을 질렀다.

페슈메르가 민병대와 이라크 경찰이 탑승한 4대의 차량과 15대의 자이툰 부대 호송차량은 긴 행렬을 이루며 이라크 북부 산길을 이리저리 헤집고 달렸다.

차량 행렬은 어둠이 완전히 깔린 뒤에야 자이툰 부대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정신없이 식사를 마치고 컨테이너 막사에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다음번 자이툰 부대 방문길은 더욱 멀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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