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평양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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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김진 특파원, 최원기 기자]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한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은 12일 오전 10시30분(현지시간) 특별기자회견에서 "이달 중으로 북한을 방문, 클린턴 대통령의 방문을 준비할 것" 이라고 밝혔다.

그는 "클린턴 대통령은 북한에 가면 핵심적인 양국 현안에 관해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클린턴 대통령의 구체적인 방북시기는 언급하지 않았다. 클린턴 대통령은 12일 낮 특별기자회견을 열어 북한 방문.중동문제에 관한 구상을 밝힐 예정이다.

이에 앞서 북한 조선중앙TV와 평양방송은 12일 오후 5시 뉴스시간에 "북.미 양국 관계를 전면적으로 개선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며 이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로 ▶정전협정을 평화보장체계로 전환하고▶상호 내정에 불간섭하며▶경제협조와 교류를 확대하고▶미사일 회담을 계속하되 회담기간 중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중지한다는 등의 내용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양측은 남북한간 안보대화를 포함한 모든 관계 개선에도 협조하고 6.15 남북 공동선언을 적극 지지키로 했다.

방송은 이와 함께 북한이 미국의 대북 식량 및 약품 지원 등 인도적 지원에 사의를 표했으며, 미국도 실종 미군병사 유해발굴을 위해 북한이 협조해준 것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고 보도했다. 양국은 교역확대를 위한 경제사절단도 교환키로 했다.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시기는 다음 달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클린턴은 다음달 15~17일 브루나이에서 열리는 아태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베트남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그 직후 평양으로 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 경우 클린턴은 과거 교전국이었던 두 나라를 종전 이후 처음 방문한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남기게 된다.

워싱턴 소식통은 "클린턴 대통령의 일정이 촉박한 만큼 올브라이트 장관이 다음주 중 방북할 가능성도 있다" 고 말했다.

한편 미국도 12일 오전(현지시간) 같은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으며 조명록(趙明祿)특사 일행은 이날 워싱턴을 떠나 귀국길에 올랐다.

이에 앞서 올브라이트 장관은 11일 저녁 趙특사의 숙소인 메이플라워 호텔에서 열린 만찬에서 "내가 북한을 곧 방문하기로 합의한 데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 고 밝혔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과 만나기를 고대하고 있다" 면서 "북한을 방문하면 지역 안보와 상호 관심사를 더 충분히 논의할 것" 이라고 덧붙였다.

趙특사는 만찬사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대결과 불신을 제거하기로 결심했으며 그에 기초해 조.미관계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을 구상하고 있다" 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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