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연금 부실의 악순환 끊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가 공무원연금 제도를 전면 손질키로 했다.

재원이 사실상 바닥난 현실을 감안할 때 불가피성은 인정하지만 충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공무원직장협의회뿐 아니라 한국교원노조 등이 합세해 조직적인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연금이 이렇듯 부실화한 근본 책임은 정부에 있다.

평균수명이 높아지고 1980년 1천8백명이던 공무원연금 수령자가 올 6월 현재 14만명으로 늘어나는 등 여건이 급변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애당초 정부가 예측을 잘못한 데다 낮은 보수를 연금으로 보충하려고 장기간 '저부담-고급여' 의 선심 정책을 편법 시행하다 보니 손댈 수 없을 정도로 부실이 커진 것이다.

또 연금을 주가 부양 또는 수익률 낮은 국채 매입 등에 강제 동원한 것도 부실 심화에 한몫을 했다는 점에서 수혜자인 공무원들의 양보만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공무원들 역시 언제까지 국민 세금으로 적자를 메울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수익자 분담 원칙에 따라 재정 지원과 공무?부담을 동시에 늘려 가는 것 외엔 대안이 없다는 점을 인식, 절충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차제에 정부는 하나같이 엉망인 국민.군인.사학 등 다른 연금에도 본격적으로 손을 대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국민 사이에서는 이미 '나중에 연금을 제대로 돌려받을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팽배해 있다.

연금은 국민의 유일한 노후보장 수단이자 사회안전망의 기본이다.

이에 대한 신뢰와 희망이 깨질 경우 제도 자체가 흔들리고 사회불안의 요인이 된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 기회에 다른 연금의 부실을 솔직히 털어놓고 수익자와 국민이 부담을 나누는 '고통 분담' 원칙에 따라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각종 연금 운용의 전문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선진국처럼 투자 풀을 조성, 전문적인 자산운용 조직을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