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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리스트 장한나 첫 소품집 '백조' 내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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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협주곡이 장편소설이라면 소품은 음표로 써내려간 한 편의 시다.

짧은 곡이라 듣기에는 수월하지만 농밀(濃密)한 정서를 압축해 담아낸 만큼 연주자로서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첼리스트 장한나(17)가 주옥같은 소품들을 엮은 음반 '백조' (EMI)를 내놓았다.

데뷔 6년 만에 내놓은 첫 소품집. 레너드 슬래트킨(워싱턴 내셔널심포니 음악감독)지휘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이다.

타이틀곡인 생상의 '백조' 를 비롯해 차이코프스키의 '녹턴' , 포레의 '시실리엔' '꿈을 꾼 후에' ,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즈' 등 제목만 들어도 선율이 떠오르는 소품들 외에 글라주노프의 '음유시인의 노래' , 드보르자크의 '고요한 숲' , 레스피기의 '아다지오와 변주곡' , 브루흐의 '아베 마리아' 등 다소 생소한 곡들도 있다.

처음부터 첼로와 오케스트라를 위해 작곡된 '고요한 숲' '안단테와 변주곡' '음유시인의 노래' 등을 제외하면 모두 이번 앨범을 위해 크리스 하젤이 관현악 반주로 편곡한 작품들이다.

백조도 원래는 첼로와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해 작곡된 것. 영국 작곡가 록사나 파누프니크의 새로운 편곡으로 선보이는 김연준의 가곡 '비가' 도 눈길을 끈다.

평소 독주회에서 앙코르곡으로 피아노 반주로 자주 연주하는 곡이지만 오케스트라 편곡이 주는 색다른 맛은 거장적 풍모마저 느끼게 한다.

10편의 소품들은 모두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느린 템포의 명곡들. 가을의 스산한 분위기를 따뜻한 첼로 음색으로 달래기에 적격이다.

현재 로린 마젤 지휘의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과 일본 순회공연 중인 장한나는 오는 11월 말 도쿄에서 샤를 뒤투아 지휘의 NHK교향악단과 첼리스트 요요마.로스트로포비치와 함께 펜데레츠키의 '3대의 첼로를 위한 협주곡' 을 초연한다.02-3449-9422.

2년 후에 녹음할 앨범은 프로코피예프의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와 '첼로 소나타' .안토니오 파파노 지휘의 런던심포니와의 협연이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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