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육상]케냐 은게니 남1500m 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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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3년 전 나는 일개 페이스 메이커였으나 이젠 세계 1인자다. "

노아 은게니(22.케냐)가 '거함' 히참 엘 게루즈(26.모로코)를 격침시키고 새로운 제왕으로 태어났다.

은게니는 29일 벌어진 남자 1천5백m 결선에서 3분32초07의 올림픽 기록을 수립하며 세계기록(3분26초F) 보유자 게루즈를 0초25 차로 제치고 자신의 첫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은게니는 마지막 한 바퀴를 남겨놓을 때까지 단독 선두를 질주하는 게루즈의 뒤를 바짝 따라붙은 뒤 마지막 코너를 돌자마자 스퍼트를 시작, 간발의 역전에 성공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8백m 금메달리스트 폴 에렝(케냐)의 경주 장면을 보고 육상선수가 되기로 결심한 은게니는 97년 '중거리 세계 1인자' 게루즈의 페이스 메이커로 활약하며 세계최고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그해 7월 1마일 세계주니어기록을 세우며 두각을 드러낸 은게니는 중장거리 명조련사 킴 맥도널드(영국)의 눈에 들면서 비약적인 성장을 이룬다.

지난해 8월 세계선수권대회 1천5백m에서 게루즈에 1초08 차로 뒤지며 은메달을 따낸 뒤 "시드니에서는 반드시 게루즈를 꺾고 나의 시대를 열 것" 이라고 장담했던 은게니는 결국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냈다.

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경기 중 충돌로 최하위에 그쳤던 게루즈는 97년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그랑프리 대회 우승 이후 1천5백m 무패 행진을 펼쳐왔으나 은게니의 역주에 올림픽 첫 금메달의 꿈을 수포로 돌렸다.

◇ 남자 3천m 장애물〓케냐의 레우벤 코스게이와 윌슨 킵케터가 각각 8분21초43과 8분21초77을 기록하며 금메달과 은메달을 휩쓸었다. 케냐는 3천m 장애물 올림픽 5연패의 위업을 이뤄냈다.

◇ 여자 해머던지기〓시드니 올림픽에서 처음 채택된 정식종목. 금메달은 예상을 깨고 71m16㎝를 던진 17세의 폴란드 소녀장사 카밀라 스코리모우스카가 차지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챔피언이자 세계기록(76m07㎝) 보유자인 미하엘라 멜린테(루마니아)가 예선을 치르기 직전 약물복용 의혹을 받으며 불참, 이변은 예고된 상태였다.

◇ 남자 장대높이뛰기〓세르게이 붑카(우크라이나)가 예선탈락한 가운데 네명이 5m90㎝를 기록, 시기 차에서 앞선 닉 히송(미국)에게 금메달이 돌아갔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4위가 국제대회 최고성적인 히송은 개인최고기록(5m85㎝)을 경신하며 예상치 못한 영예를 안았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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