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사이클] 지엘라르트 3관왕 도전 페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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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성인잡지 펜트하우스 모델, 거식증과 정신분열증 환자, 그리고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사이클 여자 트랙과 도로에서 2개의 금메달을 따낸 네덜란드의 레온티엔 지엘라르트(30.사진)가 30일 도로 개인속도에 출전, 3관왕에 도전한다.

지엘라르트의 인생 역정은 영화같다. 1990년대 초반 그녀는 뛰어난 외모로 펜트하우스에 모델로 데뷔했다.

당시 반 무어셀이라는 가명으로 모델생활을 하면서 동시에 사이클에서도 명성을 날려 92, 93년 '투르 드 프랑스' 여자 부문을 2연패했다.

그러나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아침식사로 과일 한조각, 점심과 저녁 때는 샐러드와 요구르트만으로 끼니를 때운 것이 화를 불렀다. 거식증에 걸려 68㎏ 나가던 몸무게는 48㎏로 뚝 떨어졌다.

체중 감소는 더이상 장거리 사이클을 할 수 없게 만들었고 신경쇠약까지 걸리며 병원 신세를 져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때 그녀에게 구원의 손길이 다가왔다. 같이 페달을 밟아오던 미하일 지엘라르트와 94년 결혼하면서 생활은 안정을 찾아 갔다.

남편은 선수생활을 포기하면서 지엘라르트의 개인 코치를 맡았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같이 하고 휴식시간에는 심리치료 상대역이 됐다.

남편의 극진한 후원 속에 지엘라르트는 정상적인 컨디션을 회복, 마침내 98년과 99년 세계선수권대회를 2연패하면서 재기했다.

그녀는 이번 올림픽에서 트랙 개인 추발 3천m에 출전해 금메달을 따냈고, 포인트 레이스에서도 은메달을 추가했다.

그리고 지난 26일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펼쳐진 1백19㎞ 도로 경주에서도 금메달을 차지, 2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지엘라르트는 "도로 개인 속도 경기가 마지막 경기가 될 것" 이라며 "아이를 낳고 남편을 내조하는 평범한 아내로 돌아가겠다" 고 말했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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