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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은 선수 서울집 스케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재은이에게 자기 방 하나 만들어 주는 게 소원입니다. "

이번 올림픽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태권도 첫 금메달의 주인공 정재은(鄭在恩.20.한국체대)선수의 어머니 조영희(46)씨는 넉넉지 못한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한 딸의 모습을 보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장판.도배일을 하는 아버지 鄭병상(48)씨와 아파트 공사장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어머니의 벌이로는 다섯 가족이 간신히 먹고 살 수 있을 정도였다.

현재 살고 있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방 두개짜리 다세대 주택은 부모님과 두 오빠가 각각 방을 쓰고 있기 때문에 鄭선수는 주로 학교 기숙사에서 지냈다.

鄭선수는 특히 1997년 홍콩에서 열린 국제대회에서 척추를 다쳐 1년간 병원신세를 지며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다.

이번 대회 중에도 8강과 4강 때 상대방 선수로부터 왼쪽 허벅지를 무릎으로 받혀 아프다고 전화가 와 어머니 조씨는 금메달을 따는 순간까지도 마음을 졸여야 했다.

평소에도 시간이 되면 시합날만큼은 딸을 보러가 응원하던 아버지 鄭씨는 이번에는 鄭선수의 큰아버지가 여비를 마련, 시드니로 갔다.

鄭선수가 평소에 "아버지가 경기장에 오시면 힘이 난다" 고 한 말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저녁 鄭선수 가족은 집앞 주차장에 TV를 내놓고 가족과 친지.이웃 80여명이 모여 함께 경기를 지켜봤다. 주민들은 "부상을 이겨내고 일궈낸 인간승리" 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태권도 선수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미모를 겸비한 鄭선수는 최근 한 스포츠용품 업체로부터 모델 제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현영 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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