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체조] 비트리첸코·카바예바 여왕 "나야 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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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13㎡ 넓이 플로어 위에서 펼쳐지는 90초 간의 예술.

여체의 아름다움을 가장 극적으로 드러내는 올림픽 종목으로 평가받는 리듬체조가 28일 시드니 슈퍼돔에서 시작된다.

금메달을 겨룰 전세계 24명의 '8등신 미녀' 중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올해 17세인 알리나 카바예바(러시아)와 관록의 노장 옐레나 비트리첸코(24.우크라이나).

어느 한쪽으로도 기울지 않는 팽팽한 접전이 예상되지만 전문가들은 카바예바의 미세한 우세를 점치고 있다.

키 1백60㎝의 카바예바는 1백70㎝를 훌쩍 넘는 장신들이 판치는 리듬체조계에서 단신에 속한다.

훤칠한 몸매에서 나오는 시원스런 아름다움은 포기해야 했지만 카바예바는 타고난 유연성과 파워로 단점을 메우고도 남는다.

마치 뼈가 없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독특한 몸놀림은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카바예바의 전매특허란 평이다.

카바예바는 장점을 십분활용, 1998년 유럽선수권대회 개인종합 정상에 오르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듬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선 단체.개인종합.볼.리본 등 4관왕에 올랐고 지난 6월 유럽선수권대회에서도 볼.후프.리본 등에서 10점 만점을 받으며 5관왕을 기록했다.

카바예바로서는 줄.후프.볼.리본 등 4개 종목별로 금메달을 주지 않고 개인 종합으로 통합해 금메달이 걸린 올림픽이 원망스러울 정도다.

일부에서는 카바예바가 88년 서울올림픽 개인종합에서 만점을 받으며 금메달을 따낸 마리나 로바치(러시아)이후 12년 만에 첫 만점 우승자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비트리첸코는 96년 애틀랜타올림픽 개인종합 동메달에 이어 97년 세계선수권대회 3관왕(개인종합.리본.곤봉)에 오르며 전성기를 맞았다.

93~98년까지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종합 순위에서 6위 밖으로 벗어나지 않는 등 꾸준한 성적을 내다가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줄.후프 2관왕에 오르며 카바예바를 막을 유일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세계 리듬체조계는 80년대 초.중반까지 이그나토바.파노바 등 1인자들을 잇따라 배출한 불가리아의 독주 체제였다.

서울올림픽 이후로는 러시아와 애틀랜타올림픽 개인종합 금메달을 가져간 우크라이나 등이 경합하는 상황이다.

카바예바의 등장으로 힘을 얻은 러시아와 개인 종합 금메달 수성을 노리는 우크라이나간 자존심 싸움의 결과는 카바예바와 비트리첸코의 손끝.발끝에 달렸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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