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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 집에서는 이렇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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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암환자들이 눈여겨봐야 할 것은 위중할수록 병원에 가야한다는 상식을 뒤집는 것.

다른 장기에 암세포가 전이된 말기암의 경우 증세는 위중하지만 막상 병원에 입원해도 수술 등 특별한 치료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초기암일 때는 조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서울대의대 내과 허대석교수는 "암환자 가족들의 가장 큰 오해는 증세가 심한 말기암환자가 무작정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는 것" 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파업사태가 아니더라도 평소 말기암환자들은 입원되지 않고 대부분 응급실에서 되돌려 보내지기 때문이다.

허교수는 "수술이나 항암제로 치료가 불가능하므로 말기암환자들은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기보다 인근 종합병원을 찾아 통증을 없애주는 마약주사 등 증세를 가라앉히는 치료를 받는 것이 옳다" 고 강조했다.

1기나 2기에 발견된 조기암일 경우 문제가 되는 것은 서울대병원 등 유명대학병원에서 수술을 고집하는 것. 암환자의 빠른 수술을 알선해주고 있는 '암을 이겨내는 사람들의 모임' 의 이정갑회장은 "2~3개월 기다리더라도 유명병원 명의에게 수술받겠다고 고집하는 암환자들이 많다" 고 털어놨다.

그러나 대부분의 암수술이 병원간 큰 차이가 없는데다 2~3개월은 암세포 숫자가 2배로 늘어나는데 충분한 시간이므로 기다렸다 수술받는 것은 넌센스라는 것.

그렇다고 1~2주 수술날짜가 연기되는 것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암은 일조일석에 악화되진 않기 때문에 가급적 원래 다니던 병원에서 수술을 받돼 한달 이상 날짜가 지연되면 다른 병원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특히 전립선암.유방암.갑상선암 등 암세포 증식이 느린 암은 치료가 다소 늦춰져도 치료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오히려 초조하게 기다릴수록 면역력이 떨어져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1~2주라면 느긋하게 기다리는 여유가 필요하다.

예외는 백혈병처럼 증식속도가 빠른 암으로 이들 암환자는 예정대로 항암제 치료를 받아야한다.

항암제 치료는 외래에서도 가능하므로 굳이 입원하지 않고도 받을 수 있다.

집에서 유의해야 할 증상은 고열이다. 대부분의 암환자들은 면역력이 떨어져 쉽게 감염되기 때문이다.

여의도성모병원 종양내과 홍영선교수는 "38도 이상의 고열이 1시간 이상 지속된다면 바이러스나 세균감염을 의미하므로 바로 응급실을 찾아야한다" 고 강조했다.

환절기 감기나 독감 등 바이러스질환이 유행할 수 있으므로 가급적 외출을 삼가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피해야한다.

검증 안된 민간요법이나 건강보조식품보다 골고루 영양을 섭취하고 적당한 운동과 휴식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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