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 돋보인 경제위기 심층진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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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제 유가 급등과 포드사의 대우차 인수 포기에 따른 주가 폭락, 태풍 사오마이 피해와 복구, 야당의 장외 집회와 사직동팀 방문, 박지원 장관 경질과 이운영 전 신용보증기금 지점장 체포, 경의선 복원공사 기공, 시드니 올림픽 등에 중앙일보 창간 35돌까지 겹쳐 숨가쁜 한 주였다.

'검은 월요일' 을 예견이라도 한듯 연재한 다섯 차례의 기획특집 "경제를 다시 묻는다" 와, '경제위기 긴급진단 특별시론' 시리즈는 시의성과 함께 중앙일보가 지닌 심층기획보도의 장점을 재삼 부각했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문답풀이 형식의 해설기사 "치솟는 유가 이것이 궁금하다" (9월 22일자 28면)도 유가 동향에만 일희일비하던 보도의 차원을 격상시켰다.

*** 공직자 윤리실종 통박 후련

북한이 선물로 보낸 송이버섯의 적법 처리절차를 환기한 9월 16일자 분수대 '송이 유감' 과 21일자 칼럼 '누구를 위한 공권력인가' 는 고위 공직자의 윤리의식 실종을 통박한 정론직필로 돋보였다.

특히 "박상천 의원 일행의 차량들이 경찰차를 따라왔을 뿐" 이라는 발표대로라면, 역주행한 박의원 운전자와 그 단속을 게을리 한 경찰은 모두 처벌 대상이라는 지적은 당사자들에게 뼈아팠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위 공직자의 처신에 관한 일부 보도들은 보다 치열한 천착이 아쉬웠다. 한빛은행과 신용보증기금의 불법 대출 및 보증 의혹 보도는 박지원 장관의 외압 행사에 관한 실체적 진실의 규명에만 초점을 두었다.

박장관의 관여 여부가 사안의 핵심임은 물론이지만, 그에 못지 않게 제3자로부터 그러한 의심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을 유발한 책임, 곧 '외관상의 청렴성' 을 유지하지 못한 책임도 추궁했어야 마땅하다.

그저 도의적 책임을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금융기관 관계자들이 자신의 보좌관을 조카로 오인했다면 박장관은 최소한 그러한 단초의 제공에 상응하는 감독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자신은 모르는 가운데 부인이 뇌물을 받았다고 해서 공직자가 면죄부를 받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과전이하(瓜田李下)는 비단 조선시대 선비들에게만 적용되는 도덕률이 아니라, 유엔 등 국제기구가 권고하는 공직자의 행동 준칙이 아니던가.

*** YS발언 폄하 지나친 감

"차 안에서 잠이 들어 역주행 귀경을 몰랐다" 는 박의원의 변명도 전직 법무장관으로서 너무 구차하다. 민법 126조는 '표현 대리(表現代理)' 를 인정하고 있다.

대리인이 그 권한 외의 법률행위를 하더라도 제3자가 그 권한을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으면 본인이 그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한 것이다.

문제의 사안에 바로 적용되는 조항은 아니지만, 운전자의 역주행은 적어도 동승한 차주의 묵시적 동의를 받은 것으로 외관상 간주되기에 충분하지 않은가.

박의원이 잠든 상태에서 운전자가 스스로 역주행을 선택했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유사한 교통위반을 평소에 박의원이 엄격히 제지하고 나무랐다면, 과연 운전자가 역주행을 감행할 수 있었을까. 박의원 일행은 여수공항의 항공편이 결항돼 이웃한 사천공항으로 이동 중이었다는데,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려운 귀경길 항공표는 어떻게 구했는지도 궁금한 대목이다.

9월 17일자 4면 기사는 대북 쌀 지원에 대해 "정신나간 것 아니냐" 는 YS의 발언을 '독설' 로 규정했다. 하지만 같은 날 사설 역시 '정신나간 대북 담당자들' 로 제목을 달고 있어 '독설' 의 의미를 납득하기 어려웠다.

중앙일보의 창간기념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67%가 쌀 지원에 반대한 점에 비추어, 보신용의 아부성 발언이나 하는 다른 전직 두 대통령과 대비되는 YS의 행보를 그저 '독설' 정도로 폄하하는 것은 반추할 여지가 있는 대목이다.

시드니 올림픽 보도로는 고유 컬러의 유니폼을 마련해 한국의 인지도를 높이자는 주장과, 특정 기업체가 파견한 치어 리더의 부정적 이미지를 지적한 기사가 인상적이었다.

다만 남북이 합치면 메달 레이스에서 세계 4강권에 들 수 있다는 주장은 아전인수격으로 통일의 장점만 부각하고 출전선수의 감소 등 단점은 감안하지 못했다.

박재완 <성균관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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