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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의 길] 4. 군비축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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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군축은 평화정착의 최종 단계로 상대방을 공격해 치명적인 피해를 끼칠 수 있는 능력을 제거하는 조치다.

군축의 최우선 과제는 상호간의 기습공격 능력을 없애는 것인데 이는 신뢰구축.군비통제 등과 함께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군사전문가들은 진단한다.

한용섭 미랜드연구소 연구위원은 유럽 경험을 상기시키며 "한반도 군축도 여러가지 신뢰조치와 동시에 진행될 것" 으로 예측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바르샤바조약기구(WTO)간의 군축회담이 유럽 34개국으로 구성된 유럽안보협력회의에 의한 신뢰구축회담과 함께 시작된 데서 시사받을 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군축과정에서 북한군의 기습공격 능력의 제거와 병력.무기 감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북한군의 기습능력은 전방에 배치된 1백70㎜ 자주포.2백40㎜ 방사포 등 장거리포와 수백대의 전차로 편성된 기동군단 등이다.

주한미군에 따르면 북한은 전방 야포로 시간당 50만발의 포탄을 남한에 쏟아부을 수 있으며, 상당량이 서울을 겨냥하고 있다.

오관치 포철경영연구소 소장은 기습 방지를 위해 ▶휴전선 50㎞ 이내에 소총으로 무장한 휴전선 경계부대를 배치하고▶50~1백㎞에 육군 병력만 5만~10만명을 유지하며▶나머지 부대는 3백㎞ 후방에 배치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그는 또 군사력 배치가 조정되면 북한의 지하화된 전방 장거리포도 후방으로 철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영선 서울대 교수는 "재래식 무기의 생산능력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고 말했다.

이와 관련, 북한의 방대한 군수공장을 민수공장으로 전환하는 프로그램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있으며 1990년대 초 독일이 무기폐기 비용으로 8억9천만마르크(3억9천만달러)를 지출한 사례를 참조해 북한의 무기폐기 지원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河교수는 군축과 관련해 "최하한선에 대한 논의도 병행돼야 한다" 면서 "군축을 하더라도 한반도 방위가 곤란한 수준으로 군사력을 줄여서는 안된다" 고 지적했다.

가상 적과 국내 역량을 감안해 미.일.중.러 속에서 한반도를 지킬 수 있는 적정 수준의 군사력은 확보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때 적정수준은 21세기에 걸맞은 정보.미사일.재래식 무기 혼합형의 군사력을 갖추는 것을 의미한다.

군축의 핵심 쟁점의 하나인 병력감축에 대해 군사전문가들은 남북한의 현병력 1백90만명을 90만명으로 감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북한의 병력감축에 대해 안인해 고려대 교수는 중국이 병력감축을 통해 군을 정예화한 예를 들면서 "경제력에 비해 대규모 병력을 가진 북한이 중국모델을 따를 가능성이 크다" 는 견해를 제시했다.

한편 남창희 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군축이 이뤄지면 한.미동맹의 재조정이 필요하다" 며 "정부는 미국측에 마스터플랜을 제시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미동맹이 재정의 되면 주한미군은 동북아의 균형자로 역할을 변경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이철기 동국대 교수는 "군축 후 유엔사는 평화유지군으로 모자를 바꿔 쓰고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될 때까지 비무장지대를 관리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고 말했다.

남북한 당국이 군사대결로 인한 민족의 파국을 막겠다는 윈-윈(win win)적 사고를 정책에 반영해야 총포를 쟁기로 만드는 군축 단계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김민석 군사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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