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 놀이터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49호 11면

나는 산을 좋아합니다. 바위며, 나무며, 풀을 좋아합니다.
그 많은 것들이 산에 있어 산에 삽니다. 살고 있는 집 뒤에는
이끼로 치장한 바위 무더기와 알몸 드러낸 참나무와 굽은 소나무
그리고 복분자나 딸기나무 같은 가시덩굴이 무성합니다.
눈까지 내려 겨울 풍경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진경산수의 대가, 겸재 정선의 그림이 무지 좋아도
눈 내린 우리 집 풍경만은 못합니다.
격조 높은 그림이나 사진이 정신적 위안을 가득 준다 해도
어찌 생생하게 날로 보는 것만 하겠습니까?
특히 이런 풍경에서는 무엇 하나가 돋보이려 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들이 제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다 아름답습니다.
무게를 잔뜩 잡고 있는 바위덩이나 나무에 새털 같은 눈까지
내리니 그야말로 금상첨화입니다. 도회지에 내린 눈이
많은 사람을 귀찮게 했지만 산에 내린 눈은 나를
신선들 놀이터로 이끌고 갑니다. 아무 생각, 아무 움직임도 없이
그냥 하루를 보냈습니다. 눈이 녹을 때까지.

PHOTO ESSAY 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이창수씨는 16년간 ‘샘이깊은물’ ‘월간중앙’등에서 사진기자로 일했다. 2000년부터 경남 하동군 악양골에서 녹차와 매실과 감 농사를 짓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