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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고의성 가스사고 최고 무기징역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얼마 전 경기도 여주군의 한 연립주택에서 부부싸움 도중 남편이 홧김에 LP가스통을 방안으로 들여와 폭발시켜 본인은 중화상을, 이웃주민 5명은 졸지에 부상을 입고 3층 건물이 전소한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바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고의성(故意性) 가스사고' 의 유형이다.

이런 가스사고는 본인은 물론 타인의 생명까지 위태롭게 하고, 막대한 재산의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다른 가스사고 보다 큰 문제가 있다.

산업화의 역사가 오랜 구미 선진국의 경우 철저한 안전의식에 따른 자율적인 안전문화로 인해 가스사고가 매우 미미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설비의 결함이라든가 기술적인 문제로 인한 가스사고가 그간 각종 안전관리 대책의 추진으로 감소하는 추세에 있으나 취급 부주의나 안전의식의 결여로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다.

가스는 높은 압력에 의해 압축된 상태에서 배관을 통해 전달, 연소되는 편리하고 깨끗한 에너지원이다. 문제는 그 폭발성에 있다.

예컨대 실내에서 가정용 LPG용기 밸브를 열고 가스를 모두 방출시킨 후 불을 붙인다고 가정해 보자. 다세대 연립주택의 경우 건물 한 동 전체가 심각한 피해를 볼 수 있을 정도로 폭발력이 엄청나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런 가스사고는 우리 사회에서 다반사로 벌어지는 일상적인 일이 되고 있다.

물론 최근 5년동안 발생한 전체 가스사고는 96년 5백76건에서 97년 4백77건, 98년 3백97건, 99년 2백24건에서 올 7월 말 현재 1백3건으로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고의성 가스사고는 최근 5년간 여전히 전체 가스사고의 20.3%에 달할 정도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올해의 경우 7월 말 현재까지 발생한 고의성 가스사고는 25건으로 전체 가스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4.3%다. 이는 최근 발생한 가스사고의 원인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고의성 가스사고로 인한 인명피해 현황을 보면 사망률은 건당 0.3명이다. 그러나 부상률은 건당 1.7명으로 목숨을 잃지는 않더라도 화상을 입고 평생을 괴로움 속에서 후회하며 보내야하는 경우가 많다.

고의성 가스사고를 일으킨 사람은 형법 172조에 의해 최고 무기징역에서부터 1년 이상의 실형에 처해질 수 있으며 보험혜택을 받을 수 없음은 물론 재산손실에 대한 배상책임까지 져야 하는 등 이중.삼중의 고통을 감내해야만 한다.

우리 공사는 고의성 가스사고의 예방을 위해 퓨즈콕과 같은 안전기구 보급에 적극 나서는 한편 이런 유형의 사고를 일으킨 사람에 대해서는 언론에 신상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가스의 양면성에 대해 보다 높은 이해와 더불어 안전수칙과 관계법규를 준수하려는, 안전에 대한 가치관의 재정립에 나서야 한다.

안전의 확보는 곧 생산성 제고와도 직결되는 것이다. 이런 인식이 깊이 뿌리내릴 때 비로소 국가경제의 지속적인 성장도 가능할 것이다.

고의성 가스사고에 대한 예방의 성패는 바로 그 가능성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김영대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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