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민단체의 도덕성 기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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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시민단체의 도덕성.공정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최열(崔冽)사무총장의 사외이사 활동이 시비의 대상이 되고 있다. 기업으로부터 1만5천주의 스톡옵션을 받고 두 기업의 사외이사로 5백여만원의 월급을 받은 탓이다.

사실 시민운동이란 외롭고 고된 투쟁의 나날이었다. 문제의 당사자인 崔총장 등 숱한 시민운동가들은 주머니 돈을 털어 환경의 중요성을 10여년 전부터 외쳐왔고, 그런 운동이 이젠 당연한 시민운동의 본류로 자리잡게 됐다.

그들은 그만큼 헌신했고, 또 그만큼 어렵게 살아왔다. 이제 시민운동이 우리 시대를 지키고 발언하는 중요한 압력단체로 자리매김된 이상 종래 방식만으로 시민단체를 이끌어 갈 수는 없을 것이다.

시민과 기업이 이들의 운동 방향에 동참하고 기금과 회비를 통해 이들 단체를 돈과 권력으로부터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기반을 시민이 앞장서 조성해야 한다.

'남의 도덕성을 따지던 시민단체 너마저!' 하는 매도적 시각이 아니라 애정있는 관점에서 시민단체의 운영방식에 관심을 가질 때다.

그러나 시민단체도 이제 자신들의 발 밑을 찬찬히 내려다봐야 한다. 국민은 사외이사 문제를 놓고 송자(宋梓)전 교육부장관의 도덕성을 거론하며 들이밀었던 잣대와 이번 경우를 비교할 때 다른 게 뭐냐고 한다.

남의 사외이사는 부정하고 자신의 것은 정당한 것인가. 崔총장 경우, 사외이사 월급 5백여만원은 환경운동연합 실무자 4명의 유학보조비.장학금 등으로 썼거나 쓸 계획이라고 했다.

또 스톡옵션을 받았다지만 3년 후에나 유효한 것이어서 宋전장관의 경우와 아주 다르다고 주장한다.

어느 쪽 주장이 옳은지 더 두고 볼 일이지만 이번 사안이 시민단체의 가장 큰 미덕이자 강점인 도덕성.공정성에 국민적 의혹이 일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털 것은 털고 사과할 게 있으면 당당히 하면 된다. 또 권력과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새로운 도덕성 기준을 천명할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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