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갑 대표 무죄 선고한 이동연 판사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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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서울남부지법 이동연 판사(사진)는 수사기관 공무집행의 정당성 여부에 대해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내온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해 12월 민주노총 조합원 김모(36)씨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을 꼽을 수 있다. 김씨는 서울 영등포2가 민주노총 건물 앞에서 철도노조 집행부를 검거하기 위해 검문하던 박모 순경(31)을 카니발 차량으로 들이받은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를 받았었다.

이 판사는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그러면서 불심검문 자체가 정당한 공무집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불심검문은 범죄 혐의자를 대상으로 해야 하는데 김씨는 철도노조와 아무 관계가 없었고 검문 장소도 누구나 다닐 수 있는 길이어서 적법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경찰은 “민주노총 건물 안에 체포 대상자들이 있었고, 또 다른 체포 대상자가 건물로 들어가려는 것인지를 확인하려 했던 것이므로 검문은 정당했다”며 반발했다.

논란이 일자 남부지법은 공보판사를 통해 “심문 결과 김씨는 동승자를 내려주려고 서행하고 있어 고의가 없던 것으로 판단됐고 차량이 박 순경을 스쳐 지나간 정도여서 거의 다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달 초에는 은행 대출을 알선해준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산업은행 전 직원 김모(43)씨에 대해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면소 판결했다. 검찰이 “해외 체류 기간은 공소시효에서 빼야 한다”고 본 데 대해 이 판사는 “형사처벌을 면할 목적으로 해외에 있었던 것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그는 2006년 9월 이용훈 대법원장이 ‘수사기록 서류를 던져버리라’고 발언해 파문이 일었을 당시 법원 내부 통신망에 “당시 현장에서 이 원장 발언을 직접 들었는데, 참뜻이 잘못 알려졌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사법연수원 26기인 이 판사는 1997년 법관으로 임용돼 줄곧 대전·충남 지역에서 근무해오다 지난해 2월 남부지법으로 발령을 받았다. 진보 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엔 소속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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