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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국적·호적·전적을 넘어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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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한국의 대표 기업 삼성은 무엇을 지향해야 할까. 서울대 사회학과 송호근(54·사진) 교수는 “한국의 국민 기업에서 인류 전체의 공영에 이바지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해 달라”고 말했다. 13일 삼성그룹 사장단의 주례 협의회에서 한 강연에서다.

송 교수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 탐구와 미래 탐색에 주력해온 사회학자다. 그는 “그간 한국 사회는 이념전쟁에 에너지를 지나치게 분산했고 정치력이 취약했던 반면, 경제력은 질주했다”며 “‘이념의 시대’를 지나 ‘실용의 시대’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내부 지향적인 국가에서 외부 지향적인 국가로, 한국 국민에서 글로벌 시민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19세기 말 쇠락했던 중국이 21세기 세계 패권국으로 다시 등장하면서 벌어지고 있는 문명 구도의 대변화를 강조했다.

그는 “한국 사회는 모든 이슈에 대해 ‘내치의 늪’에 빠져 있었는데 이제 문명의 바다로 나가야 한다. 삼성이 앞장서 달라”며 세 가지를 주문했다. 국적·호적·전적(전공 분야의 호적)을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삼성은 한국의 국민 기업이었는데 이것을 넘어 지구촌 공영에 이바지하는 기업이 돼 달라”(국적), “한국 문명의 호적인 중화문명권에 기반을 두면서 모든 문명에 통용되는 세계 공용으로 가야 한다”(호적), “응용기술 개발로 달려왔던 성장전략은 막바지다. 부가가치 증폭을 위해선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 반도체 등 하드웨어 중심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복합하는 21세기 융·복합으로 옮겨가 달라”(전적)고 말했다.

강연은 서울 강남 삼성 본관에서 아침 8시부터 1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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