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충청지역 과수농가 태풍에 40% 낙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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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과수 농가들은 태풍피해 외에도 까치.외국농산물 유입.비현실적인 수매 등의 피해까지 겹쳐 시름하고 있다.

이번 태풍으로 충남도내 과수원 6천2백여㏊(낙과율 20~80%)가 피해를 봐 5백여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사과 주산지인 예산군이 1천7백70㏊로 가장 피해가 컸다.

가장 피해가 컸던 배는 도내 전체 재배면적 4천6백81㏊의 64% 정도인 3천여㏊가 낙과율 40% 정도의 피해(3백억원)를 본 것으로 추산됐다.

그나마 남아있는 과일도 까치가 마구 쪼아 망가뜨리고 있다. 천안.아산.예산 등 도내 사과.배 단지에 10여마리씩 무리 지어 다니며 과일을 쪼아 흠집을 낸다. 까치로 인한 피해는 각 농가마다 전체 수확량의 10%에 이른다.

배 재배농민인 김성철(37.천안시 성환읍)씨는 "30%이상 낙과 피해를 봤는데 까치때문에 농사를 완전히 망칠 지경" 이라며 "공기총.폭죽.허수아비 등 온갖 퇴치방법을 써보지만 효과는 없다" 고 말했다.

태풍.까치 피해의 고개를 넘어도 제값받고 팔기는 쉽지 않다. 우리 나라와 칠레는 올해말까지 '관세 철폐' 등을 골자로 한 자유무역협정 체결 협상을 마무리 짓고 내년 상반기 중 각국 의회 비준을 거쳐 협정을 발효시킬 예정이다.

특히 칠레산 포도값이 국내산 소비자 가격의 20~30% 수준에 그쳐 해당 농가의 피해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칠레산 과일 수입량은 97년 3천6백t에서 98년 3천9백t으로 6%늘었다.

정부의 비현실적인 낙과 피해대책도 농민들의 가슴을 멍들게 하고 있다. 낙과 가운데 사과는 1백30g, 배 1백50g이상이며 당도 11도 이상으로 수매기준을 정했기 때문이다.

예산 능금조합은 4일 "한창 익어가는 과일이 상품에 해당하는 당도 11도를 유지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며 사과 수매를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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