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외압의혹 여야공방] 야 "박지원 게이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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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치권이 한빛은행 불법 대출 사건에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장관이 개입했는지를 둘러싼 공방으로 9월을 시작했다.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1일 성명을 통해 "한빛은행 사건은 '박지원 게이트' 사건임이 명백해졌다" 고 주장했다.

자민련도 "현 정권의 도덕성과 개혁 의지를 뿌리째 흔들 수 있는 중대 사건" 이라고 규정했다.

이에 민주당은 "검찰의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 며 "야당의 정치공세" 라고 일축했다.

權대변인은 이날 "전 신용보증기금 영동지점장인 이운영씨가 기자회견을 통해 朴장관으로부터 대출과 관련한 협박전화를 두차례나 받았다고 폭로했다" 며 "朴장관은 진실을 밝히라" 고 요구했다.

權대변인은 "朴장관은 사건 초기 '박혜룡씨는 30촌도 넘는 먼 친척으로 평소 연락이나 교류가 없다' 고 주장했으나 박혜룡씨의 동생 박현룡씨는 朴장관이 공보수석일 때 보좌관을 했다" 며 "朴장관은 왜 뻔히 밝혀질 거짓말을 했는가" 라고 따져물었다.

한나라당은 이날 박현룡씨가 이운영씨에게 건넨 명함 사본도 공개했다.

이에 앞서 이회창(李會昌)총재는 "더이상 외곽을 때릴 필요가 없다. 실명을 거론하라" 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한나라당은 현역 의원이 다수 포함된 '박지원 추적팀' 을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추적팀의 관계자는 "제보가 속속 접수되고 있다" 며 "현재 몇몇 비리 의혹에 대한 확인작업을 벌이고 있다" 고 설명했다.

한나라당은 '朴장관 실각=DJ정권의 레임덕 시작' 으로 보고 있다. 한 고위 당직자는 "朴장관은 지난 2년반 동안 金대통령의 최측근이었다는 점에서 현 정권 도덕성에 치명타가 될 것" 이라며 "검찰 수사가 미진하면 국정조사를 요구할 것" 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朴장관에 대한 언급을 가급적 피하는 분위기다. 박병석(朴炳錫)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검찰의 공정한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 며 한나라당의 진상규명 요구에 대해 "무책임한 정치공세를 중지하라" 고 반박했다.

김옥두(金玉斗)사무총장도 야당의 주장을 장외에서의 정치공세로 치부하며 "정치는 국회에서 해야 한다" 고 말했다.

민주당 한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 수석(박지원)이 설마 지점장에게 직접 전화를 했겠느냐" 며 "검찰 수사가 빨리 끝나 결론이 나야 한다" 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압력 의혹 주장이 근거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 정권에 치명적인 타격이 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는 모습이다.

선거비용 축소.은폐 의혹과 함께 여권의 힘을 급속히 뺄 수 있다는 위기감도 감돈다. 당 일각에선 "누가 朴장관의 거취 문제를 거론할 수 있겠느냐" 는 곤혹스러움도 표하고 있다.

이수호 기자

사진=최승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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