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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유쾌함, 그게 바로 이탈리아 스타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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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2면

인테리어 디자인은 그 나라의 건축·디자인·순수미술·장식을 비롯해 사회·경제까지도 아우른다. 바깥세계의 일상이 지속되는 곳이자 거주자 자신만의 꿈(취향)이 함께 펼쳐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예부터 프랑스·이탈리아·영국·미국·독일·일본 등 대표적인 디자인 강국들은 각자 그들만의 독특한 인테리어 디자인을 선보여 왔다. 그중 ‘이탈리아 스타일’이란 무엇인가. 오는 15일부터 2월 20일까지 열리는 ‘이탈리아 스타일전’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서정민 기자

이탈리아는 기원전 로마 시대부터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였고, 오늘날에도 ‘메이드 인 이탈리아’는 최고의 품질과 스타일을 의미한다. 과연 ‘이탈리아 스타일’이란 어떤 특징을 갖고 있을까.

20세기 초 스칸디나비아와 독일 등 북유럽을 중심으로 한 나라들에서는 단순함과 편의성을 중시한 ‘기능주의 디자인’이 유행했다. 이때 이탈리아에서는 이들의 규격화되고 기계적인 디자인에 대한 대안으로 ‘인간성을 회복하는 감성적 디자인’이 제시됐다. 산업화를 먼저 주도한 다른 나라들의 획일화된 디자인 문화를 맹목적으로 따르기보다는 수공예의 전통과 중세부터 이어온 장인정신을 계승하는 등 차별화된 디자인 문화를 발전시키자는 주장이다. 즉, 양식화된 우아함에서 탈피해 창조적 재치와 자유로운 상상력이 충만한 대중의 취향을 표현하자는 시도였다.

앉을 수도 있고 누울 수도 있는 의자

창조적 유희와 기능의 결합. 그 대표적인 예는 1968년 탄생한 ‘사코’ 의자다. 피에로 가티, 프란코 테오도로, 체사레 파올리니에 의해 디자인된 이 의자는 ‘권위적인 의자’에 대한 반기였다. 질서정연하게 차려 자세를 하고 있는 군인들처럼 정해진 형태 속에 신체를 구겨 넣고 일정한 자세를 요구받아야 하는 기존 의자들에 대한 역습. 폴리스티롤을 넣은 자루 형태의 ‘사코’는 앉는 이의 마음 형태에 따라 자세가 바뀌는 의자다. 바로 앉을 수도 있고, 누울 수도 있다. 의자가 놓인 공간에 따라서도 사코의 기능은 달라진다. 사무 공간에 놓였다면 회의를 위해 정자세를, 거실에 놓였다면 TV 시청용으로 느긋하게 대충 기대게 된다.

농기계로 사용되는 트랙터 의자에서 출발한 ‘메차드로’ 또한 앉는 이와 보는 이 모두를 유쾌하게 만든다. 등받이가 없는 이 의자의 이름 ‘메차드로’는 ‘반소작인’이라는 뜻이다. 의자를 받쳐주는 바닥의 튼튼한 목재는 쟁기의 멍에와 닮았고 좌석 밑 볼트와 중앙의 스프링, 나비 너트는 튼튼한 농기구를 연상시킨다. 실제로 소작료를 내는 반소작인은 이 의자에 앉아 담배 한 대 피우며 잠시 휴식을 취할 때마다 자신 소유의 트랙터를 모는 꿈을 꾸었을지도 모른다.

이탈리아의 건축가이면서 가구 디자이너였던 에토레 소트사스는 이런 말을 했다. “디자인에 무슨 의미가 있다면, 그것은 그저 어떡하든 인간의 삶을 편하게 해주고 인간에게 자신을 인식하고 해방시킬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일 뿐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스타 디자이너·건축가 작품 등 180점

한국국제교류재단이 기획하고 이탈리아의 사르티라나예술재단, 주한 이탈리아문화원, 주한 이탈리아대사관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이탈리아 스타일전-가구, 조명, 은기’ 전시회는 이처럼 우리의 일상에 기쁨과 멋을 더해온 유용한 실내 디자인 제품들을 선보이는 자리다.

카르텔, 자노타, 아르테미데, 플로스 등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가구와 조명 회사 제품 180여 점이 소개된다. 이중에는 거미 다리 모양의 레몬즙 짜는 기계를 만든 것으로 유명한 필립 스탁을 비롯해 아킬레 카스틸리오니, 알레산드로 멘디니, 론 아라드, 에토레 소트사스 등 20세기를 대표하는 스타 디자이너와 건축가 70여 명의 가구·조명기구·주방용품 등도 포함돼 있다. 또한 북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20세기 전반부터 운영됐던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은공방들의 작품 20여 점도 소개된다.

기간 1월 15일~2월 20일
장소 서울 중구 순화동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
입장료 무료 문의 02-2151-6500 www.kfcenter.or.kr

참고=『클라시커 50 디자인』해냄

이탈리아 스타일전에 선보이는 작품들
(작품명, 디자이너, 제조회사, 제조년도)

1 값싼 재료인 플라스틱으로 대중적인 생활용품을 제작하기 위해 화학자 줄리오 카스텔리가 설립한 가구 회사 카르텔과 디자이너 필립 스탁의 공동작품. 라 마리, 필립 스탁, 카르텔, 2001

2 건축가이기도 했던 디자이너가 건축적인 조형성을 강조해 만든 은제 과일 받침. 무르만스크, 에토레 소트사스, 멤피스, 1982

3 의자도 매트도 아닌 ‘자루형 의자’로 신소재 개발과 역발상 디자인을 성공시킨 제품. 사코, 피에로 가티·체사레 파올리니·프란코 테오도로, 자노타, 1968

4 디자이너인 필립 스탁은 “이 제품의 진짜 목적은 수천 개의 레몬을 눌러 짜는 게 아니라, 막 결혼한 신랑에게 장모와의 이야깃거리를 제공해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거미 다리 모양의 레몬즙 짜는 기계. 주시 살리프, 필립 스탁, 알레시, 1989

5 디자이너가 자신의 여자친구를 떠올리며 만들었다는 와인 따개. 안나 G, 알레산드로 멘디니, 알레시, 2003

6 트랙터의 안장을 조합시킨 의자. 메차드로, 아킬레·피에르 자모코 카스틸리오니 형제, 자노타, 1957

7 사용자가 원하는 모양을 설정할 수 있는 호스 모양의 조명. 보알룸, 리비오 카스틸리오니·지안프랑코 프라티니, 아르테미데, 1969

8 ‘우주 시대’를 겨냥한 미래지향적 디자인과 조절 가능한 조도 기능으로 유명한 조명. 에클리세, 비코 마지스트레티, 아르테미데, 1967

9 두 개의 무게 추가 연출하는 균형감, 건축물을 연상시키는 직선의 조형미 덕분에 ‘하이테크 디자인 기교의 정수’라 불리는 조명. 티지오, 리차드 사퍼, 아르테미데,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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